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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소치에는 김연아, 평창에는 김은정, 그리고 베이징에는 곽윤기가 있다.
'비운의 주인공'이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피겨 여제' 수여식을 끝냈다. 올림픽 2연패에 도전했다. 하지만, 복병이 있었다. 러시아의 '홈텃세'였다.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도 219.11점으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반면 홈 이점이 있는 에델리나 소트니코바는 224.95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러시아 '편파판정' 논란이 극심했다. 빙상연맹과 대한체육회는 ISU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했지만, 소용없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자신의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였고, 그녀는 소치에서 최고의 헤로인이었다.
베이징에서는 단연, 곽윤기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핑크색 염색으로 눈길을 끌었다. "처음 올림픽에 참가한 밴쿠버 올림픽의 초심을 살리기 위해 염색을 했다"고 했다.
밴쿠버에서 곽윤기는 빨간색 염색을 했었다. 대한민국 선수단 기수였다. 그는 고민 끝에 털모자를 쓰지 않고 그대로 핑크색 염색 머리를 전 세계 팬에게 보였다.
중국의 편파판정에 대해 쓴소리를 날렸다. "바람만 불어도 실격당할 수 있다"고 했고, 결국 현실이 됐다. SNS로 중국 악성 누리꾼들의 욕설에도 "응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쿨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14일 2022 베이징동게올림픽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중국 베이징 캐피탈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공식훈련을 마친 뒤 믹스드 존에서 '소치에서는 김연아, 평창에서는 김은정, 베이징에서는 곽윤기라고 한다'고 하자 또 다시 진솔한 답변을 했다. 그는 "정말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너무나 부족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어요. 특히, 다른 레전드 쇼트 선배들과 비교했을 때는 정말 발톱도 못 내밀 정도입니다. 심리적 안정을 찾고 싶어서 제가 정말 너무 좋아하는 교수님에게 전화를 드렸는데, 그 교수님이 '곽윤기는 경기를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다. 준비한 걸 증명하려고 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좋은 에너지를 계속 발산할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는 여자 쇼트트랙 은메달에 대해서도 냉정하면서도 따뜻한 평가를 했다. 그는 "조심스럽긴 하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전력상 많이 아쉬운 멤버였다. 그런데 해냈다. 연습 때 평소에 제가 '한국인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헤쳐나가는 DNA가 있다'고 강조했는데, 진짜 (여자 계주팀이) 해내는 것을 눈 앞에서 보니까 소름이 끼쳤어요"라고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기도 했다.
올해 32세. 그에게 16일 열리는 남자 5000m 계주는 올림픽에서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은퇴할 확률도 있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다음 올림픽까지 도전하고 싶다. 일단 경기 결과를 좀 보고 판단을 해보려 한다. 한편으로는 1년, 1년 연장을 해 보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을 아직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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