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셔틀콕 안세영 '7전8기' 비결은?…성지현 코치 '이제는 말한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2-07-18 16:30 | 최종수정 2022-07-19 06:05


말레이시아마스터즈 대회에서 중국의 난적을 꺾고 시상대 정상을 차지한 안세영.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최근 한국 배드민턴 여자단식은 의미있는 결실을 이뤄냈다. 에이스 안세영(20·삼성생명)이 '2022 말레이시아 마스터즈 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단식에서 정상에 오르는 과정에서 중국의 숙적 천위페이를 마침내 뛰어넘은 것. 이 승리 덕분에 세계랭킹도 안세영은 4위→3위, 천위페이는 3위→4위로 자리바꿈했다.

안세영에게 천위페이는 이른바 '넘사벽'이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부터 이번 말레이시아마스터즈 이전까지 총 7번 맞대결했는데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천위페이는 작년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8강전서 안세영을 저지하는 등 중요 고비때마다 안세영의 '걸림돌'이었다. 차세대 '여자단식 지존' 후보 1순위인 안세영에겐 반드시 넘어야 할 '만리장성'이다. 그 어려운 일을 '7전8기'로 해냈다.

공교롭게도 국내 여자단식 1인자였던 성지현(31)이 4월 대표팀 코치로 데뷔한 뒤 만들어진 최고의 성과다. 안세영의 눈물겨운 '천적 극복'에 든든한 조력자였던 성 코치가 그 비결에 대해 입을 열었다.

성 코치는 중국 맞춤형 스피드 강화 훈련을 먼저 꼽았다. 안세영뿐 아니라 여자단식 선수 모두에게 적용하는 훈련이라고 한다.

"우리가 중국 선수들에게 유독 약하다는 주변 평가가 마음에 걸렸다"는 성 코치는 "천위페이 등 중국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수도 없이 분석한 결과 스피드가 돌파구였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세계남녀단체선수권대회에서 여자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성지현 코치(왼쪽에서 세 번째)와 여자대표팀 선수단.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특히 안세영은 좋은 체력에도 스피드가 약한 게 약점이라고 파악한 성 코치는 전위 플레이에서 빠르게 볼처리 하고, 이후 연결 동작도 빠르게 가져가도록 하는 훈련을 무한 반복시켰다. 다행히 안세영은 체력이 뒷받침 되니 강도높은 스피드 훈련에 무리가 없었고, 타고난 습득력도 좋았다고 한다.

성 코치는 "항상 스피드를 강조했을 뿐, 전체 훈련 프로그램의 일부분이라 녹초가 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당하는' 선수 입장에선 '지옥훈련'같았을 법하다. 그래도 안세영은 이번 천위페이와의 경기에서 한층 공격적인 플레이로 효과를 봤다.


성 코치는 안세영 등 선수들과의 대화법에도 지도철학을 담았다. "부정적인 표현을 하지 않는다. 같은 의미라도 '이렇게 하지마', '안돼'보다 '이렇게 되었으니 다음엔 저렇게 해보자', '이걸 시도해보면 어떨까'라는 식으로 대화했다."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말 한 마디에 나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했다는 것.

경쟁 선수의 영상 분석도 성 코치에겐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적'의 단점 분석을 통한 공략법을 찾는데서 나아가 그들의 장점을 우리 선수에게 벤치마킹하는데 활용한단다.

성 코치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다음 목표를 정했다. 세계 9위지만 안세영에게 4전 전패를 안긴 허빙자오(중국)를 넘는 것이다. "앞으로 천위페이를 더 이기는 등 우리가 중국에 약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단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천위페이를 넘은 뒤 둘은 어떻게 감격을 나눴을까. 성 코치는 "세영이가 그냥 '감사하다'고 하더라. 나도 그냥 '고생했다'고 했다"며 웃었다.

다음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큰언니-막내뻘 사제지간의 '꽁냥꽁냥' 분위기는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