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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감독님이 이제 칭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GS칼텍스는 30일 흥국생명과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승리하면서 여자배구 사상 첫 트레블(컵대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우승 뒤 공동 MVP를 수상한 주장 이소영은 "감독님께서 좀 더 선수들을 칭찬해줬으면 좋겠다. 칭찬을 너무 못 받는다"고 볼멘 소리를 하며 웃었다.
차상현 감독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차 감독은 우승 뒤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야 할 거 같다. 내가 시키는 훈련이 힘든데, 이겨내줬다. 또 선수 칭찬을 안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정말로 안 한다"고 인정했다.
인색한 칭찬에 아쉬움을 내비친 선수. 여자배구 최초 트레블 위업을 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차상현 감독도 이런 부분에 지휘봉을 잡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차상현 감독은 LIG그레이터스(현 KB손해보험) 코치를 시작으로 프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남자 배구대표팀 트레이너를 거쳐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코치로 GS칼텍스와 인연을 맺었다. 2016년 세화여고 감독을 맡기도 했지만, 2016~2017년 시즌 중 이선구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2016년 12월 GS칼텍스 감독으로 부임했다.
차상현 감독은 처음 GS칼텍스 올 때는 떠올렸다. "이 얼굴에 여자부를 가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도 했었다"라며 특유의 입담이 더해지기는 했지만, 이 한 마디에는 강한 훈련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색깔이 여자 선수들에게 잘 녹아들고 통할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었다.
감독 부임 당시 차상현 감독은 분명한 원칙 하나를 고수했다. '팀워크'만큼은 확실하게 다지겠다는 의지였다. 차 감독은 "부임하고 나서 성적을 낼지 혹은 변화를 줄지에 대해 고민을 했다. 일단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팀워크가 기량을 넘어설 때가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이 부분을 끝까지 강조했다. 벌금제도도 운영하고, 혼도 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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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아빠가, 혹은 오빠가 되기도 했다. 선수들은 스스럼없이 차상현 감독에게 장난을 걸면서 다가갔고, 차상현 감독도 웃으며 이를 받아들였다. 공동 MVP에 선정된 외국인 선수 메레타 러츠는 "나의 농담과 엉뚱한 모습을 받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강함과 유함이 공존했던 차상현 감독의 물음표는 해가 지나갈수록 느낌표로 바뀌었다. '차상현호' 첫 해 5위로 시즌을 마친 GS칼텍스는 매해 순위를 한 단계씩 올려갔다. 2019~2020년 시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6라운드에서 조기 종료돼 2위로 마친 GS칼텍스는 12년 만에 정상에 올랐고, 챔피언결정전 우승컵까지 들어올렸다.
"고민이 많았다"던 차상현 감독은 이제 여자부 감독으로 온 순간에 대해 "굉장히 잘한 선택이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차 감독은 "앞으로 어떤 생활이 계속될지 모르겠지만,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우승을 하면서도 한 수 배웠다. 끝이 없다"라며 앞으로 더 나아갈 준비를 했다.
인천=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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