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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러츠는 나중엔 그냥 한국 사람 같았어요. 우리 말도 잘하고, 너무 자연스러워서 '러츠, 지금 완전 미국인 같았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러츠는 더이상 한국에 없다. 이씨의 표현을 빌리면 러츠는 생계보다는 '배구가 좋아서,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서' 배구를 하는 선수다. 때문에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데 열려있고, 먼저 다가서는 활달함도 지녔다. 다음 시즌에는 일본 리그에서 뛸 것으로 예상된다.
GS칼텍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러츠와의 작별 당시 두 사람은 오열하다시피 눈물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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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츠는 클러치 상황 그 자체를 즐기더라고요. 듀스 접전 상황에도 웃고, 노래 따라부르고, 춤추고 그랬어요. 와 이런 경기 너무 재미있다! 같은 느낌이랄까."
러츠는 스탠포드대학교 약학과 출신이다. 일반적인 외국인 선수와는 관심사가 약간 달랐다. 스포츠와 일상부터 정치, 사회까지 폭넓은 화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더욱 친밀감이 컸던 이유다.
"워낙 똑똑한 친구라 차분하고 유쾌하면서도 주관이 뚜렷했죠. 대충 넘어가는 게 없고, 토론을 피하지 않는 성격이에요. 본인 전공이다보니 코로나19 상황, 공공 보건, 건강보험 같은 얘기도 많이 했죠."
코로나19 때문에 러츠와 특별한 추억을 쌓진 못했다. 그래도 함께 배구단 숙소가 있는 청평 근처의 맛집을 섭렵했다.
"킥스(숙소에서 키우는 강아지)랑 같이 논 기억이 많네요. 러츠 SNS의 사진은 거의 다 제가 찍어준 거에요. 전 통역보단 사실상 러츠의 개인 사진사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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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은 우리나라랑 비슷하게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 문화가 있어요. 정말 친언니처럼 절 잘 챙겨줬어요. 듀크가 갈 때도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요."
'통역'이지만, 국내 프로스포츠의 외국인 선수 통역은 사실상 개인 매니저다. 한국에서의 24시간을 함께 하다시피 한다. 특히 듀크가 있을 때는 현재 숙소를 짓기 전이라 이씨는 듀크와 같은 아파트에서 함께 먹고 자고 생활했다. 한국을 찾은 듀크의 부모님을 케어한 것도 이씨였다.
"너무 좋은 사람들만 만나서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정말 자매, 친구처럼 함께 했거든요. 듀크와 러츠에게도 제가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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