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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남자배구 OK저축은행이 연고지 이전을 앞두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오는 12일 한국배구연맹(KOVO) 실무위원회에서 부산으로의 연고지 이전 안건을 상정한다. 이어 24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최종 통과되면 연고지 이전이 확정된다. 이렇게 되면 지난 3월 15일 삼성화재전이 OK저축은행의 안산 고별전이 된다.
당장 다가오는 2025~2026시즌부터다. 오래전부터 부산시와 OK저축은행 양측이 연고지 이전 가능성을 두고 나눠온 교감이 이제 결실을 맺을 차례다.
프로배구 14개 구단 중 9개 구단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있다. 특히 남자배구가 심각하다.
여자배구의 경우 페퍼저축은행(광주)과 도로공사(경북 김천), 두 개의 지방구단이 있다. 반면 충청권의 삼성화재와 정관장(대전) 현대캐피탈(천안)까지 '범수도권'이라고 본다면, 남자배구는 2017년 KB손해보험이 경북 구미에서 의정부로 이전한 이래 모든 팀이 수도권에 집중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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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비판에도 이 같은 구도가 깨지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원정팀 팬을 포함한 관중동원이나 연습경기와 합동훈련 등 기타 활동에 있어서도 수도권이 장점이 있다. 선수들 또한 지방보다는 수도권 팀을 원하는 만큼 FA 영입에도 유리하다.
그런데 OK저축은행은 수도권의 이 모든 유리함을 포기하고 제 발로 부산행을 결정했다. 거역하기 힘든 대의명분을 지닌 행보다. 연맹을 비롯한 배구계 입장에선 두 손 들어 환영할 만하다.
OK저축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시몬이 이끈 전성기(2014~2015, 2015~2016시즌 연속 우승)를 제외하면 안산은 프로배구의 변방 신세를 면치 못했다. 남자배구 막내팀의 패기를 앞세워 이 참에 시야도 넓히고, 블루오션 개척에 나서는 모양새다.
현실적으로 모기업과의 비즈니스적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부산은 OK저축은행의 지점이 없는 권역이다.
다만 오랫동안 프로배구에서 소외됐던 지역팬들의 갈증 해소와 잠재된 팬층 발굴이 기대된다. 결국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 부산은 스포츠를 즐기는 열정과 인구가 보장될 뿐 아니라, 수도권에서 멀리 거주하는 비수도권 팬덤의 집결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입지다.
OK저축은행은 부산의 배구 인프라와 숨은 열기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봤다. 고교팀 4개(동성고 성지고 경남여고 남성여고)를 비롯해 학생 운동부만 총 13개팀이 있다. 또 OK저축은행에 따르면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배구동호회 중 4분의 1 이상인 200여개가 활동할 만큼 생활체육 열기도 뜨겁다. 이미 OK저축은행의 연고 이전 타진 소식에 들뜬 현지 배구팬들의 기대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후문.
프로배구를 치를 인프라 역시 충분하다. 현재로선 강서체육관의 사용이 유력하지만, 이외에도 여러 후보지를 두고 폭 넓게 논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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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존 팬덤의 이탈, 긴 이동거리로 인한 선수단의 피로, 미디어의 취재 부족 등 앞으로 겪게될 어려움도 산적해있다. 그룹 내부에서도 '사서 자처하는 고생', '왜 힘든 길을 가야하나'는 등의 비판적 시선도 없지 않다.
하지만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은 항저우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 부단장을 맡았고, 올 초까지 4년 간 럭비협회장으로도 재임하는 등 한국 스포츠 발전에 많은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기업인이다. '프로배구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그의 진심이 탈 수도권이란 파격적인 결단으로 이어졌다는 후문.
OK저축은행이 새 시즌을 앞두고 신임 사령탑 신영철 감독을 선임하고, 베테랑 전광인을 영입하며 새 출발을 선포한 것과도 맥락이 닿는다.
당장 부산에 클럽하우스를 마련하긴 어렵지만 OK저축은행은 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지 인프라 확보를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