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박철우 감독대행은 한선수와 동갑내기로, 부부까지 소문난 절친이다. 한선수는 "와 감독 되더니 정장 입고 오네. 내가 잘못한 건가?"라며 자신이 입고 온 대한항공 트레이닝복 차림을 멋쩍게 훑어보는가 하면, "감독하더니 살이 많이 빠졌다"며 정겨운 덕담을 주고받았다. 박철우 감독대행은 "무슨 소리냐, 배에 살 붙은 거 봐라"라며 잠시나마 지휘봉의 무게를 잊고 개구지게 어울렸다.
많은 사령탑이 거쳐갔지만, 대한항공은 언제나 '한선수의 팀'으로 불렸다. 세계적 명장 헤난 달 조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한선수는 올시즌을 앞두고 주장직을 정지석에게 물려줬다. 2015~2016시즌 이래 10년만이다. 포지션 특성상 여전히 팀 분위기를 주도하긴 하지만, 이제 에이스 정지석의 존재감도 한선수 못지 않게 커졌다.
경기 외적인 부담을 조금 내려놓고 배구에 집중한 결과 일단 정규리그 1위를 되찾는데 성공했다.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현장에 모인 남자배구 사령탑들은 여전히 최고의 세터로 한선수를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해 트리플크라운에 올해도 승점 동률(승점 69점) 시즌 내내 막상막하의 선두싸움을 벌였지만, 아직까지 황승빈의 이름이 나오기엔 부족했다.
5일 의정부 경민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과 현대캐피탈의 경기. 현대캐피탈 황승빈이 서브를 시도하고 있다. 의정부=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3.05/
황승빈은 2021년까지 7년간 한선수의 뒤를 받쳤다. 이후에도 삼성화재-우리카드-KB손해보험을 거쳐 5번째 팀인 현대캐피탈에서 비로소 뒤늦게 꽃피운 재능이다. 올해 나이 33세, 필립 블랑 감독의 세심한 지도에 따라 현대캐피탈의 팀컬러에 완벽히 녹아들었다. 올해까지 챔피언결정전 2연패를 달성한다면, 한선수의 아성에 도전할만하다.
KB손해보험 황택의는 한선수 못지 않은 슈퍼스타 세터다. 한선수의 국가대표 은퇴 후 그 자리를 고스란히 물려받았고, V리그 연봉킹의 위치도 주거니받거니 하고 있다. 연봉킹(12억원)의 위치를 되찾은 이번 시즌, 바야흐로 세터에겐 절정의 나이인 서른을 맞이했다. 왕관을 이어받을 절호의 기회다.
KB손해보험 황택의. 사진제공=KOVO
한태준은 신예 찾기 힘들다는 세터 포지션에서 빠르게 치고 나온 2004년생 젊은 세터다. 매시즌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블랑 감독은 "가장 뛰어난 세터는 아직까진 한선수"라면서도 "황승빈도 충분한 재능을 갖췄다. 세터의 기량은 그 선수의 재능이 물론 필요하지만, 세터와 잘 맞는 팀을 만나는 것, 그리고 팀이 뒷받침해주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2연속 우승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