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실하게 한걸음씩 열개의 계단을 올라왔다.
요즘 남자 프로농구에서 가장 뜨거운 팀은 두말할 것 없이 창원 LG 세이커스다. LG는 1월 2일 고양 오리온스전부터 1월 31일 인천 전자랜드전까지 1월에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정규시즌 10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3할대 승률이 5할대로 치솟았고, 8위에서 4위(1월 31일 현재 22승20패, 승률 5할2푼4리)로 뛰어올랐다. LG의 상승세가 중위권은 물론, 상위권 판도까지 뒤흔들 기세다. 중위권 경쟁팀을 차례대로 제압하고, 선두경쟁중인 울산 모비스까지 잡았다. '전반기 LG'와 '후반기 세이커스'는 완전히 다른 팀이다.
1월들어 시작된 상승세는 김종규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발목 부상에서 7주 만에 복귀한 김종규가 공수에서 역할을 해주면서 주포인 데이본 제퍼슨이 최강의 전력으로 살아났다. 물론, 주축선수인 김시래 김영환 유병훈 문태종의 꾸준한 활약이 뒷받침 됐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모든 전력이 풀 가동되면서 무서울 게 없는 팀이 됐다.
10연승 기간에 경기당 평균득점 84.5점, 실점 73.5점, 리바운드 11.0개. 시즌 평균과 비교해보면 득점(79.2점)은 올라가고 실점(77.9점)은 줄었다. 장점인 득점력이 좋아지고,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수비력이 향상된 것이다. 이전의 LG는 득점과 실점이 모두 많은 팀이었다.
지난달 열린 10경기에 김시래를 비롯해 김영환 제퍼슨 문태종 유병훈이 모두 출전했다. 제퍼슨은 경기당 32분17초 출전해 평균 28.1 득점, 9.6 리바운드의 맹활약을 펼쳤다. 문태종이 평균 11.1점, 김시래가 9,7점, 김영환이 9.6점, 유병훈이 8.3점으로 고른 활약을 했다. 1월 15일 서울 삼성전 때 복귀한 김종규가 7경기에서 11.9점, 5.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힘을 불어넣었다.
거침없이 비상한 세이커스. 다음 타깃은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서울 SK다.
LG는 10연승 기간에 오리온스와 안양 KGC, 삼성에 각각 2승, KGC, KT, 모비스, 전자랜드를 맞아 1승을 챙겼다. 9개의 상대팀 중 7개 팀을 만나 달라진 LG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제 1위 SK(32승10패)가 기다리고 있다. 2일 서울 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시즌 5번째 맞대결이다.
4라운드까지 4경기에서 LG는 SK에 전패를 당했다. 10월 26일 시즌 첫 경기에서 69대77로 패했고, 11월 16일 64대 78, 12월 14일 76대85, 12월 22일 73대87로 졌다. 상대전적에서 압도적인 열세. 주눅이들것도 같은데 부위기는 전혀 다르다. LG 관계자는 10연승이 시작되기 전부터 "SK가 강팀이고 우리가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지난해보다 확실히 약해졌다. 앞으로 충분히 해볼만할 것이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분위기를 보면 LG가 앞서 있다. 앞선 4경기에서 LG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 컨디션 난조로 정상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SK는 KGC, 모비스에 2연패를 당하면서 흔들렸다가 최근 4연승을 달리며 살아났다. 그러나 부상자가 많은 SK가 완전히 전력을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4연승 중 2경기가 최하위 삼성과 KCC를 상대로 거뒀다. 1월 29일 최약체 삼성전에서는 연장까지 가는 혈전끝에 76대73 진땀승을 거뒀다.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최고 전력이라고 보기 어렵다. 상승세의 LG나 1위 SK 모두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일전이다.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팀인 LG의 이번 시즌 최종 목표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아니다. 5번째 맞대결에서 SK를 반드시 꺾어야할 이유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