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61)이 2015년 호주아시안컵을 통해 대한민국을 품에 안았다. 지난해 9월 5일 그는 7년 만의 외국인 사령탑 시대를 열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선수 슈틸리케'는 화려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전차군단' 독일대표팀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감독 슈틸리케'는 그저 그랬다.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아시안컵이 첫 시험대였다. 지난해 10월과 11월, 4차례의 평가전을 거쳐 새해 아시안컵을 누볐다. 비록 꿈은 이루지 못했다.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달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파격, 실험, 투혼이 어우러진 '반전의 준우승'으로 대한민국의 마음을 빼앗았다. 아시안컵 전후에 달라진 유명세를 실감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이태원 나들이를 했다. 거리에서 약 100명과 맞닥뜨렸는데 80명이 사진 촬영과 사인을 요청해 화들짝 놀랐다고 한다.
2월 1일은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축구와 인연을 맺은 지 150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그 날 그는 선수단을 이끌고 호주에서 귀국했다. 6일 스페인으로 첫 휴가를 떠나는 슈틸리케 감독이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호주아시안컵과 피부로 느끼고 한국 축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가장 먼저 화두에 오른 것은 아시안컵 성공 비결이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 벽으로 힘겨웠다. "선수들에게 의견을 물어볼 때 다들 눈치를 보고 있더라.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선수가 없었다. 지목해서 질문을 받아야 의견을 내더라." 문화적인 차이였다. 그래서 먼저 다가섰고, 선수들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나의 현재 직책은 대표팀 감독이다. 그러나 감독이기 전에 선수라는 생각을 먼저 한다. 모든 것을 선수 입장에서 헤아리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대회 전 아시안컵 우승이란 목표를 듣기를 원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내 입에서 우승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하진 않았다"며 "많은 변수가 있어서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선수들이 프로답게, 나라를 대표한다는 정신력을 지켜주었다. 감독으로서의 성과가 선수시절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늘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자신감도 생겼다.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69위다. 30위 내에 포진하는 것이 목표라는 구체적인 바람도 피력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5연승을 했다. 랭킹은 많이 올라갈 것이다. 50위 안에 들었다고 만족하면 안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30위 안에 들었으면 한다. 항상 대표팀을 이끌어나가면서 현실적인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담담했지만 여유를 잃지 않는 그의 표정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새로워진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