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축구가 하비에르 아기레 전 대표팀 감독 경질 후폭풍으로 뒤늦게 시끄럽다.
아기레 감독의 경질 원인을 놓고 그의 자질론 등이 부각되는가 하면 사후약방문식 대안이 제시되기도 한다.
지난 3일 일본축구협회(JFA)가 대표팀 감독 경질을 발표하면서 표면적으로 부각된 이유는 아기레가 스페인 사라고사 재임 시절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본격적인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이후 JFA는 6개월 만의 감독 경질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임 인선 작업을 발빠르게 진행중이다.
이런 가운데 도쿄스포츠 등 현지 언론에서는 아기레 전 감독의 일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의 지도력에 대한 주변이 불만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아기레 전 감독에 대한 불신에 불을 지핀 것은 2015년 아시안컵 조별리그 요르단과의 최종전이었다. 당시 2연승이던 일본은 8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한 상태였지만 요르단전에 베스트11이 투입됐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아기레 전 감독이 주력선수들의 휴식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본 국가대표 출신 관계자는 "불과 2일 뒤 8강전이 열리고, 앞날을 생각한다면 주력멤버에게 휴식을 줄 필요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UAE(아랍에미리트연합)와의 8강전에서 피로가 쌓인 채 뛰다가 이렇다 할 결정적인 찬스도 만들지 못하고 승부차기 끝에 패하고 말았다. JFA 고위관계자는 아기레 감독 영입 당시 "전술 운용상 필요한 선택의 폭이 넓은 지도자"라고 칭찬했지만 언론의 시각은 "기본을 외면하고 대회에서 패배까지 당하니 죽도 밥도 안됐다"고 냉랭하다.
아시안컵 이전 아기레 전 감독의 일본 대표팀 행보도 도마에 올랐다. 취임 초반 무명 선수를 발탁하고, 10월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서는 일본의 간판 혼다 게이스케(AC밀란)을 뽑지 않다가도 결과가 신통치 않다 싶으면 다시 베테랑 선수들을 기용하는 등 전력 강화에 일관성이 없었다는 것.
결국 대회 2연패를 노리던 중차대한 아시안컵에서 실수를 범한 것까지 겹쳐 경질되는데 중요한 원인의 하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책임론과 함께 경질 이면에는 '돈의 논리'도 작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JFA는 연간 50억엔(약 460억원) 이상의 각종 스폰서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대형광고기획사와의 8년간 계약이 3월말로 종료될 예정이다. 이 회사와의 스폰서 금액은 300억엔(약 2760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계약 갱신을 추진중인 JFA로서는 대표팀 감독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JFA가 각종 스폰서를 배려한 측면도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시각이다.
그런가 하면 JFA는 아기레 후임 감독을 선임할 때 1년 단기계약을 추진하는 방안까지 검토중이다. 보통 각국 대표팀 감독은 '차기 월드컵 대회까지' 등 특정 주요 대회를 정해놓고 다년계약을 하고, 일본도 그래왔다.
하지만 이번 신임 감독 영입부터는 경기내용과 팀의 성장도 등을 분석한 평가를 토대로 해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아기레 파동'에 질린 일본축구가 제2의 파동 예방을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인 셈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