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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지상파 미니시리즈, 변신 향해 꿈틀...원작 혹은 연속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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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미니시리즈. 위기다. 과거 20~30%를 훌쩍 넘나들던 '참 좋았던 시절'은 어느덧 까마득한 옛날 일 같다. 8~12%대가 고작인 '도토리 키재기' 형국. 원인은 다양하다. 플랫폼 다양화로 인한 시청 방식의 변화, 종편과 tvN 등 비 지상파의 약진, 시청층의 고령화 등이 꼽힌다. 이와 맞물려 시청률 조사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는 보편적 인식이다. 황금시간대에 광고비가 줄어들면서 방송국 전체 재정의 압박 요소가 되고 있다. 지상파 3사의 공통적 고민이다. 위기는 변화를 낳는다. 각 방송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제각각 변화를 모색중이다. 위기의 지상파 미니시리즈. 어떤 변화가 시도되고 있을까.

▶검증된 '원작'이 필요해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위기의 근원에는 드라마 플랫폼과 콘텐츠 발전 속도에 엇박자가 존재한다. 방송 기술의 발달 속에 하드웨어, 즉 플랫폼은 대거 늘었지만 그 내용을 채울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

미니시리즈 위기는 스토리 발굴의 한계와 맥을 같이 한다. 참신한 스토리 발굴을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순수 창작이 문제라면 방법은 하나. 검증된 '원작'을 찾아야 한다. 그야말로 탄탄한 원작 찾기 삼만리다. 실제 미니시리즈에는 원작 있는 작품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만화, 소설 등 원작을 각색한 작품이 줄을 잇는다. 이 과정에서 잡음도 심심치 않게 생긴다. 저작권 문제다. 아예 원작을 인정하고 사서 쓰면 될 걸 컨셉트를 빌려 살짝쿵 다르게 각색했다가 골치 아픈 소송에 휘말리기도 한다.

과거(혹은 현재도?) 예능 프로그램처럼 일본 작품 따라하기도 속출하고 있다. 만화 시장 등 원작 풀이 발달한 일본 시장이라 따올만한 스토리가 많은 편. 하지만 이 또한 문제가 있다. 정서의 차이다. 물리적으로 가까운 나라 일본이지만 우리와는 꽤 심각한 정서적 차이가 있다. 각색 과정에서 이 정서적 차이를 말끔하게 해소하지 못할 경우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작품이 탄생하기 일쑤다. 특히 한국 미니시리즈의 필수불가결 요소인 로맨스가 일본 작품에는 없거나 다른 형태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아직까지 '로맨스' 없는 미니시리즈를 ''앙꼬'(팥소) 없는 찐빵' 쯤으로 여기는 정서가 상존하는 한 원작 각색 시장의 미래도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짧은 연속극으로의 변신은 무죄?

지상파 드라마. 모두 다 몰락한 건 아니다. 연속극 시장은 건재하다. 30~40%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작품도 있다. 왜 그럴까. 본방 사수 시청층의 고령화를 꼽을 수 있다. 제 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는 시청층 상당수가 고령자다. 이들은 구도가 복잡한 미니시리즈보다는 편안한 일상을 다룬 연속극에 익숙한 세대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관심사도 트렌디한 장르물보다는 가족으로 대변되는 인간과 일상의 삶을 다룬 생활극에 관심이 많은 시청층이다. 갈수록 역삼각형으로 인구 비중이 변화하는 고령 시청층으로의 편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아직까지 온에어 광고시장에 얽매인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들 고령 시청층을 겨냥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미니 시간대에 짧은 연속극적 성격의 드라마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KBS는 지난주 종영한 수목드라마 '왕의 얼굴' 후속으로 11,12일 방송될 2부작 '고맙다, 아들아'에 이어 25일부터 24부작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편성했다. 설 연휴를 한주 앞두고 방송될 '고맙다, 아들아'(극본 유현미, 연출 고영탁)는 재수생과 삼수생을 둔 두 가정을 중심으로 입시 제도의 문제를 짚어보고,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의 욕심과 그에 따른 가정의 변화를 통해 인생의 참된 목표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 김인영 작가의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3대에 걸친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휘청이는 인생을 버티면서 겪는 사랑과 성공, 행복 찾기를 담은 드라마다. 일상과 가족이 메인으로 등장하는 연속극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SBS 역시 월화 미니시리즈 '펀치' 후속으로 23일부터 '풍문으로 들었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를 방송할 예정이다. 제왕적 권력을 누리며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초일류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통렬한 풍자로 꼬집는 블랙 코미디. 극의 성격이 다분히 주말극 스럽다. 미니시리즈라고 하기엔 다소 긴 32부작인 점도 눈에 띄는 부분. 이들 작품들의 성공 여부에 따라 미니시간대에 연속극적 드라마의 등장이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 이와 맞물려 미니시리즈 횟수도 점차 다양해질 전망. '미니시리즈는 16~24부작'이란 고정관념을 뛰어 넘은 회차의 작품도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