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정근우 공백, '50% 손실'의 진짜 속사정

by

아무리 따져봐도 결론은 같다. "전력 50% 감소"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된 것만은 아니다. 한화 이글스라는 팀의 사정을 감안하면 그 이상의 데미지일 수도 있다.

혹독했던 한화의 고치 스프링캠프가 끝났다. 그러나 한화 선수단의 표정은 썩 밝지 않다. 김성근 감독(73) 역시 마음이 무겁다. 바로 캠프 종료 하루 전에 정근우가 다쳤기 때문이다. 13일 세이부 라이온스 2군과의 경기 도중 상대 헬멧을 스치고 갑자기 방향이 바뀌 송구에 턱을 맞았다. 검사 결과 하악골(아래턱뼈) 골절상으로 나왔다.

결국 정근우는 오키나와 2차 캠프에 동행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정확한 부상 정도와 복귀 시점은 국내에서 다시 정밀검진을 받아봐야 알 수 있다. 그러나 '골절'이 확진된 만큼, 일단 3월3일까지 진행되는 오키나와 2차 캠프는 치르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 김 감독은 정근우의 부상에 대해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전력의 50%를 잃어버렸다"며 크게 아쉬워했다.

처음에는 '전력 50% 손실'이라는 김 감독의 표현이 과장됐다고 생각했다. 정근우는 확실히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뛰어난 데다 리더십도 강한 선수다. 하지만 혼자 한화 전력의 '50%'를 책임진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러나 김 감독이 의미없는 말을 하는 편은 아니다. '50% 손실'이라고 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데이터와 한화의 선수 구성을 두고 여러가지 대체 시나리오를 구상해봤다. 답이 나오질 않았다. 김 감독이 느꼈을 당혹감과 상실감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됐다. 정근우는 한 마디로 '대체불가'의 선수였다.

우선 정근우의 공백이 가져올 수비력의 약화. 정근우는 지난해 팀 내에서 가장 넓은 레인지팩터(수비범위, RF)와 어시스트(보살, ASS)을 기록했다. RF가 5.49였고, ASS는 359개였다.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서건창의 RF와 ASS는 각각 5.21과 373개. 정근우의 수비력은 여전히 리그 최고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따로 있다. 바로 한화 팀내에서 정근우보다 넓은 수비 범위와 보살을 기록한 선수가 없다는 점이다. 2루수는 야구 수비의 근간인 '센터라인(포수-유격수, 2루수-중견수)'에서도 핵심이다. 특히나 정근우는 부실한 한화 내야진에서 그나마 조타수같은 역할을 해왔던 선수. 이런 선수가 사라졌다. 과연 누구로 그 자리를 메울 수 있을까.

공격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정근우는 타율 2할9푼5리에 6홈런 44타점 91득점 32도루를 기록했다. 팀내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에서 득점과 도루 1위다. 타율과 타점은 4위를 기록했다. 테이블세터로서 공격 기여도가 엄청났다. 무엇보다 32도루와 91득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또 다른 데미지도 있다. 일단 정근우가 사라진 자리를 메우려다보면 다른 선수들의 위치 이동 및 조정이 불가피하다. 2루수와 유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이 따를 것이다. 김 감독이 어떻게든 대안을 마련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한화의 특성상 과부하를 피하긴 어렵다. 이는 또 다른 부상 유발과 함께 전반적인 수비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은 정근우가 돌아와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부상 정도가 심각하지는 않다는 점. 두 군데 이상 부러진 복합골절이 아니라 금이 간 정도의 단순골절이다. 시즌 개막 전까지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한창 몸을 달궜다가 쉬게된 정근우가 얼마나 감각과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 한 달 반정도 남은 개막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 어떤 방법을 떠올려도 답답하다. '50% 손실'은 그래서 곱씹을수록 설득력있는 표현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