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정상으로 가는 길은 도전의 연속이다.
32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안방과 적지를 오가야 하는 조별리그부터 험난하다. 원정 때마다 텃세와 싸워야 한다. 빼어난 기량을 갖추고도 100%의 힘을 쓰기가 쉽지 않다.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는 정글의 법칙이 통용되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선 홈텃세가 빼놓을 수 없는 무기가 되곤 한다.
'K리그 디펜딩챔피언' 전북은 중국 원정 텃세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전북은 3일 중국 지난 올림픽센터스타디움에서 산둥과 2015년 ACL E조 2차전을 치른다. 1일 현지에 도착한 최강희 전북 감독은 올림픽센터스타디움 보조구장에서 진행하기로 예정했던 적응훈련을 전격 취소했다.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할 수 없는 그라운드 상태 때문이다. 잔디 곳곳에 맨땅이 훤히 드러나 보일 정도였다. 산둥의 잔꾀였다. 지난달 초 전북 관계자들이 현장답사를 위해 보조구장을 찾았을 때 '잔디보호'를 명목으로 보조구장 그라운드를 천으로 가려놓은 채 공개하지 않던 산둥이 홈 경기를 치르기 전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해놓지 않은 것이다. 최 감독은 창피한 수준이다. 이런 팀이 ACL에 출전한다는 게 믿을 수 없다. 여기서 훈련하면 선수들 발목이 다 뒤틀려 부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운동장을 주고 어떻게 훈련하라는 거냐"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산둥전 공식 기자회견을 하면서도 "감독생활 10년 간 수많은 원정을 다니면서 그라운드 컨디션 때문에 훈련을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수들은 호텔에서 기본적인 훈련만 했다"며 날을 세웠다.
산둥은 대체 연습구장 대신 주경기장을 개방해달라는 전북의 요청에 '그라운드 보호'를 명목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북이 산둥전을 앞두고 몸을 풀 기회는 2일 주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훈련 단 1시간 뿐이다. 전북 구단 측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강력 항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북은 안방서 가진 가시와(일본)와의 E조 1차전에서 0대0으로 비겼다. 맹공을 퍼부었지만, 끝내 가시와 골문을 열지 못했다. 반면 산둥은 빈즈엉(베트남) 원정에서 3대2로 승리하면서 E조 1위가 됐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 출전권을 잡기 위해선 이번 산둥 원정 승리를 통해 벌어진 승점차를 따라 잡아야 한다. 이동국이 빈 자리는 지난 가시와전과 마찬가지로 에두가 메울 전망이다. 윌킨슨 조성환이 부상으로 빠진 수비라인이 얼마나 집중력을 갖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산둥은 빈즈엉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중국 대표 출신 왕용포를 비롯해 브라질 듀오인 오시마르, 타르델리가 경계대상으로 꼽힌다.
최 감독은 "안방에서 치른 홈 경기서 비겨 내일 경기가 굉장히 중요해졌다"며 "좋은 선수들이 많이 영입됐고 조직력도 올라온 만큼 자신이 있다. 우리 선수들이 능력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F조 1차전에서 부리람(태국)에 패한 성남은 같은 날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감바 오사카(일본)와 맞붙는다. 성남은 이 경기서 패할 경우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