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리에 진행돼온 박태환의 반도핑 청문회 일정이 또다시 공개됐다.
박태환의 청문회는 오는 23일 스위스 로잔 국제수영연맹(FINA) 사무국에서 열린다. 당초 2월27일로 예정된 청문회 일정은 언론에 공개됐다. 박태환측은 FINA에 연기를 신청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선수와 수영연맹측은 최근 새 일정을 FINA로부터 통보받았고, 연맹, 대한체육회 등에 공식 보고한 지 하룻만인 12일, 또다시 청문회 일정이 노출됐다.
국제반도핑기구(WADA) 반도핑법 14조는 기밀유지에 대한 조항이다. 반도핑에 대해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와 함께 선수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respect for the privacy)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14조1항5는 도핑 관련 모든 정보에 대해 해당 연맹과 NOC, 소속팀 등 관련자는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전까지 함구해야 할 의무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FINA 청문회 일정이 통보된 지 며칠도 안돼 또다시 정보가 새나갔다. FINA의 공식문서가 계속해서 유출되는 상황은 당혹스럽다.
구구한 억측에도 불구하고 박태환은 줄곧 침묵하고 있다. '벙어리 냉가슴'이다. 이 역시 FINA가 요구하는 엄격한 기밀유지 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사건 초기부터 국제반도핑기구(WADA) 규정 14조 기밀유지 조항을 명시하며 FINA 공개 전까지는 정부 차원의 공개적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는 방침을 공유했다.
박태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FINA 청문회다. 청문회가 끝나기 전에 직접 대중앞에 나서서 해당 내용을 언급하거나 해명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도핑기구 룰에 따라 청문회장에서 자신의 입장을 소상히 이야기한 후, 청문회 이후에야 국내 팬들과 언론 앞에 나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FINA에 고의성 없음을 증명고자 '고소'라는 방편을 택하며, 도핑 사실이 알려졌지만, 이후 침묵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6일 검찰 브리핑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이 일부 전해졌다. 검찰은 박태환에게 네비도 주사를 놓은 T병원의 A병원장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7월 29일 금지약물인 네비도를 박태환에게 주사하는 과정에서 부작용, 주의사항을 제대로 확인해 설명하지 않은 채, "도핑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피하주사를 투여했다고 밝혔다. 주사 처치 내역을 진료기록부에 기재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 업무상 과실치상혐의와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박태환이 수차례 도핑에 주의해줄 것을 요청한 증거도 확보했다. 검찰은 병원에서 1일 보고 형식으로 간호사와 의사가 주고받는 스마트폰 메신저에 '박태환님은 스테로이드 성분 크림도, 감기약도 못받으신다고 합니다'라고 기재된 메시지를 제시했다.
12일 FINA 청문회 일정이 또다시 유출되자, 수영연맹은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13일 아침 '대한체육회(KOC)-국민생활체육회 통합추진위원회' 회의장에서 만난 이기흥 대한수영연맹 회장은 청문회 질문이 나오기가 무섭게 "날짜는 지금 이야기하면 안된다"고 손사래쳤다. 전날밤 보도를 모르고 있었다. 이 회장은 "아직 청문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부적절하다. 국제수영연맹에서도 국내에서 나오는 언론 기사들을 나보다 더 빨리 알고 있다. 청문회가 끝나고 나면 소상하게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 여부에 관한 질문에도 노코멘트했다. 다만 "나도 청문회에 가고, 임원들도 현장에 미리 간다. 대한체육회 국제위원장도 갈 것이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만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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