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챔피언' 대전 시티즌이 클래식 무대에서 굴욕을 맛보고 있다.
2014년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던 대전은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승격 후 치른 두 경기에서 모두 완패를 당했다. 0대1로 패한 부산전은 그렇다 치더라도, 챌린지에서 함께 승격한 광주전 0대2 완패는 충격이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적으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충격적인 결과에 대전 프런트는 광주전 이후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을 정도다.
비난의 화살은 아드리아노에게 집중되고 있다. 지난 시즌 27골 넣으며 챌린지를 정복했던 아드리아노는 클래식 2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뛰는 동안 단 1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그마저도 유효슈팅이 아니었다. 재계약이 늦어져서 전지훈련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실망스러운 성적표다. 이것으로 아드리아노가 클래식에서 통하지 않는 챌린지용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아드리아노는 대전을 상대하는 팀들의 '경계대상 1호'다. 거친 대인마크는 물론 2중, 3중 벽을 쌓으며 아드리아노 잡기에 열중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드리아노는 볼을 잡으면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광주전에서도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괴롭혔다. 현재 컨디션이 70~80% 정도라는 점은 감안하면 몸상태만 끌어올리면 분명 더 좋아질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아드리아노가 볼을 잡는 횟수 자체가 너무 적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전 닥공의 중심이었던 2선 공격수 서명원 김찬희 황지웅 등 젊은 공격수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새롭게 영입한 히칼딩요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정석민이 전남으로 이적하며 후방에서 전방으로 나가는 패스가 거의 보이질 않는다. 수비도 지난 시즌 중심이었던 임창우 장원석 안영규 등이 모두 팀을 떠나며 조직력을 완성하지 못했다. 기본적인 간격 유지도 안되고 있다. 수비에서 미드필드로 공을 전달하는 것 조차 어렵다. 조진호 감독 역시 "공격으로 나가는 패스가 너무 나쁘다"고 인정했다. 2경기에서 득점은 커녕 유효 슈팅도 없는 것이 대전의 현실이다. 아드리아노만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 대전이다.
조 감독은 훈련 대신 휴식을 주며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반전을 꾀할만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조 감독은 "새로운 외국인선수 영입이 임박했지만, 실전에서 기용하는 것은 4월 정도가 되야 할 것 같다. 기존 선수들로 변화를 줘야하는데 워낙 변화의 폭이 커서 조직력을 만드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일단 모든 방법을 동원해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강등 1년 만에 클래식으로 복귀한 대전은 단 2경기만에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