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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초반 운명, 정범모-지성준에게 달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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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라고 생각하겠지만, 따져보면 '현실'이다. 결론부터 말해보자. 정범모-지성준의 '미트질'에 한화 이글스의 초반 운명이 걸려있다.

정범모와 지성준. 한화의 개막 엔트리 포수로 유력시되는 선수들이다. 사실 이들 외에는 답이 없다. 주전 포수 조인성이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 조인성은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시범경기 SK와이번스 전때 안타를 치고 달리다 종아리 근육이 12㎝나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아무리 빨라야 5월 중순 이후에나 복귀할 전망. 재활이 길어지면 6월을 넘어갈 수도 있다.

결국 조인성의 빈자리는 백업 선수들이 메워야 한다. '이'가 없으니 '잇몸'들이 나서야 하는 상황. 스프링캠프 때 조인성과 함께 포수 전력으로 훈련했던 인물은 3명이다. 이 중 박노민은 외야 전향 가능성을 실험하느라 포수 마스크를 쓰는 일이 적었다. 그리고 개막을 사흘 코앞에 둔 지난 25일, 서산 2군 캠프행을 통보받았다. 정범모와 지성준이 개막 엔트리 포수로 사실상 확정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현재까지 진행된 사실들이다. 그렇다면 왜 정범모와 지성준에게 한화의 초반 운명이 달려있는 것일까. 이건 포수의 가장 핵심적인 역량에 관한 문제로 설명할 수 있다.

포수의 기본 임무는 투수의 공을 잘 받아주는 것이다. 그런데 공을 '잘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을 '잘 던지게'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투수의 컨디션과 상대 타자의 특성을 감안한 볼배합이야말로 포수 역량을 판가름하는 요소다. 명포수일수록 볼배합이 뛰어나다. 그리고 뛰어난 볼배합은 결국 투수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능력이기도 하다. 과거 김동수나 박경완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된다.

이런 볼배합 능력은 타고난 센스 외에 후천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꼼꼼하게 상대 타자들을 분석하고, 투수의 상태를 살피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범모나 지성준은 그런 면에서 확실히 조인성에 비할 수 없다. 힘과 재능, 그리고 가능성 면에서는 분명 좋은 선수들이다. 송구 능력과 블로킹 등은 조인성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거나 오히려 낫다. 꾸준히 성장하면 앞으로 리그를 대표할 만한 포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볼배합 역량을 떨어진다. 경험의 양 자체가 적다.

김 감독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정범모, 지성준에게 가장 아쉬워 한 부분도 바로 '볼배합'이었다. 이건 단순히 포수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볼배합이 좋지 못하면 투수가 좋은 공을 갖고 있어도 얻어맞는다. 때문에 정규시즌 초반에는 한화 벤치에서 직접 볼배합 사인을 낼 확률이 대단히 크다. 다른 팀에서도 신참급 포수가 나올 때 흔히 쓰는 방법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인이 중계되는 과정이 끼어들기 때문에 포수가 직접 볼배합을 하는 것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 결국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정범모와 지성준이 스스로의 볼배합 능력을 업그레이드시켜야만 한다. 비슷한 상황에서 스스로 생각한 볼배합과 벤치에서 나오는 볼배합을 비교해보는 식의 '공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볼배합이란 결국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투수의 상태와 특성, 취향 그리고 마찬가지로 타자의 상태와 특징, 취향. 마지막으로 주자 상황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포수가 내놓는 협상의 카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시즌 초반 많은 연습과 연구를 통해 이런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벤치에서 나오는 사인을 전달하는 것에만 그친다면 절대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팀에도 도움이 안된다. 한화의 정규시즌 초반 운명이 포수 정범모와 지성준에게 달려있다고 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