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아시안컵 준우승의 단꿈은 잊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또 다시 결과를 강조했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했다. 열정보다는 냉정함이 보였다. 그만의 실리 노선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슈틸리케호는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을 치른다. 아시안컵 준우승의 여운, 10년 만에 대전에서 펼쳐지는 A매치 등 들뜰 수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승리만 생각했다. 이번 평가전을 앞두고 가졌던 여러 인터뷰에서 강조했던 그대로다. 그는 2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내일 경기는 평가전이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결국 성적에 따라 평가를 받는다. 좋은 경기 여부는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이를 위해 대대적인 실험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새로운 실험을 한다고 해서 특정 선수가 어떻게 뛰는지 보기 위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전은 기존 선수들을 재확인하는 경기가 될 것이다"고 했다. 부상자들이 많아지며 당초 구상들을 펼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포함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장현수(광저우 부리)를 오른쪽 윙백으로 실험하려했지만 장현수는 부상으로 제외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존의 자원으로도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 호주아시안컵에서도 부상자들이 속출했지만 플랜B를 가동해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들로 인해 강팀이 돼가고 있다"고 했다.
안정을 추구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성향은 주장 선임에서도 드러난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호평을 받은 기성용(스완지시티)에게 계속해서 주장 완장을 맡길 계획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주장이 아닌 리더가 이끄는 팀을 원했다. 그는 "누가 주장 완장을 차는지 큰 의미가 없다. 리더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주장은 있지만 리더없는 팀도 있다. 구자철 곽태휘 등이 정신적 지주로서 리더 역할 하고 있다. 감독의 상황이나 철학을 잘 이해해줘서 팀을 이끄는 게 필요하다. 우리팀에는 그런 리더가 많다"고 했다.
물론 냉점함도 잃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20명 이상의 선수들을 꾸려 경기를 하면 크고 작은 실수들이 나올 수 있다. 우리는 볼을 잡을 때 더 효과적으로 점유해서 공격적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시안컵 이후 대회 치르며 겪은 문제점에 대한 리포트를 완성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평가전을 통해 그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예정이다.
대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