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양동근(모비스)과 김주성(동부) 뿐일까.
28일 KBL 센터에서 열린 남자프로농구 챔프전(7전4선승제). 상대의 핵심 키 플레이어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김주성을 지목했다. "팀의 주장이고, 리더다. 농구의 길을 제일 잘 안다. 김주성이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고 했다.
동부 김영만 감독은 양동근이었다. 김 감독은 "양동근이 팀 전체적인 리딩과 함께 게임을 해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교과서적인 답변'이다. 하지만 2% 부족한 느낌이다.
두 선수는 양팀의 에이스다. 당연히 그들이 흔들리면, 팀 전체적인 시스템이 헝클어진다. 모비스와 동부는 공수에서 꽉 짜여진 시스템 농구를 선호하는 팀이다. 그렇게 정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고, 챔프전까지 진출했다.
실전에서는 얘기가 좀 달라진다. 중요한 부분은 두 가지다. 그럼 '어떻게 에이스를 흔들 수 있을까'라는 부분과 '에이스가 흔들릴 때 B플랜은 뭘까'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챔프전 승부의 키를 쥐고 있는 진정한 열쇠는 따로 있다.
▶이대성의 나비효과
전자랜드와의 6강전. 김주성은 평균 31분10초를 뛰었다. 4쿼터 체력적 부담이 극심했다. 미디어데이 때 "전자랜드 5차전을 치르면서 막판 발을 질질 끌더라"는 유재학 감독의 농담은 빈 말이 아니다.
왜 그럴까. 정규리그에서 28분29초를 뛰었다. 출전시간이 3분 가량 늘어났다. 전자랜드의 끈끈한 수비력 때문에 체력부담이 가중된 부분도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공수에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전자랜드의 화려한 패스워크에 이뤄진 3점 오픈 찬스를 막기 위해 외곽수비까지 커버를 했다. 공격에서도 자신이 중심이 되어야 했다. 즉, 김주성의 체력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동부의 외곽 활약이 필수적이다.
모비스는 외곽 대인마크에 약점이 있다. 유재학 감독은 "2, 3번 라인의 약점이 있는데, 이대성을 폭넓게 활용하겠다"고 했다. 박구영의 수비력은 그리 강하지 않고, 문태영은 수비 집중력과 순발력이 떨어진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LG 유병훈이나 양우섭이 공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인 이유 중 하나다.
동부의 외곽 공격이 활발해지면, 김주성은 공격에 대한 비중을 줄일 수 있다. 동부 입장에서는 전체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연결고리를 모비스 입장에서는 꼭 끊어야 한다. 그 핵심은 이대성의 수비다.
수술과 오랜 재활로 그는 공격에서 아직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수비력은 여전히다. 사이즈가 좋고, 순간적인 순발력과 압박에 능하다. 그가 수비에서 제 역할을 하면, 동부 입장에서는 김주성의 체력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부담이 가중된다. 이대성이 챔프전에서 중요한 이유다.
▶허 웅의 수비력
모비스는 양동근의 팀이다. 물론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함지훈, 문태영 등 훌륭한 팀동료들이 있다. 하지만 양동근이 흔들리면, 팀 전체적으로 시스템에 균열이 생긴다. 각 포지션별로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전체적인 공수의 약점이 생긴다.
정규리그에서 양동근이 부진하거나, 빠졌을 때 모비스는 경기력의 기복이 심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동부 입장에서는 양동근을 어떻게 막느냐가 중요하다.
동부 김영만 감독은 "여러가지 변화를 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동부 특유의 지역방어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의미.
양동근의 주 특기 중 하나는 스크린을 받은 뒤 정확하게 꽂아넣는 미드 레인지 점프슛이다. 승부처에서 정교하게 발동된다. 여기에서부터 양동근의 리딩과 득점이 시작된다.
이 부분을 막기는 매우 까다롭다. 효율적인 밀착마크와 함께 빅맨들의 적절한 수비 커버가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양동근을 밀착할 수 있는 카드다.
동부는 가드진이 풍부하다. 그 중 적격은 허 웅이 있다. 스피드와 순발력이 뛰어나다. 그는 전자랜드와의 6강 5차전 전반 에이스 정영삼을 밀착마크했다. 마치 자석처럼 상대 스크린에 효율적으로 대처한 허 웅은 동부 승리의 보이지 않는 공신이었다.
LG 양우섭과 같이 동부 허 웅의 수비가 양동근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면, 동부는 충분히 해 볼만하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