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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봉중근, LG는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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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없다."

이보다 상황을 더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이 7일 한화 이글스전이 끝난 뒤 밝힌 짧은 소감에 모든 게 담겨 있었다. 만루 찬스에서 점수를 내지 못한 타선도 그랬지만, 3-3으로 맞선 연장 11회말에 등판해 끝내기 안타를 맞은 마무리 봉중근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

이제 '소방수 봉중근'의 역할을 놓고 한 번 더 고민을 해야할 것 같다.

봉중근은 이날 다섯 타자를 상대해 아웃카운트 1개를 잡았는데, 송주호의 희생번트 1개였다. 안타 2개, 고의 4구 1개를 내주고 맞은 1사 만루 위기에서 나이저 모건에게 끝내기 내야안타를 맞았다. 마지막까지 총력을 쏟은 LG. 결과를 참담했다.

든든한 뒷문은 마운드 운용의 기본이고 출발점이다. 최근 몇 년 간 불펜 부진으로 고생한 KIA 타이거즈는 올해 미국에서 돌아온 윤석민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아직 초반이라고 하지만 '마무리 윤석민' 카드는 불펜 안정으로 이어졌다. 지난 시즌 말부터 마무리를 맡았던 심동섭이 눈에 밟혔지만 김기태 감독은 좌고우면하지 않았다.

마무리 실패는 보통 팀 패배로 이어진다. 허술한 뒷문은 경기 중반 이후 마운드는 물론, 팀 전체 분위기에 악영향을 준다. 막중한 부담이 따르는 보직이다보니, 실수를 피할 수 없다. 그래도 시즌 초반 봉중근은 정도 이상으로 힘겨워 보인다.

출발부터 최악이었다. 3월 29일 KIA 타이거즈와의 개막시리즈 2차전. 6-5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오른 봉중근은 KIA 선두타자 김주찬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외국인 타자 브렛 필에게 끝내기 2점 홈런을 맞았다. 아웃카운트 1개 잡지 못하고, 공 6개를 던지고 무너졌다. KIA 선수들이 "이길 수 없는 경기를 잡았다"고 했던 그 게임이다.

지난 3일 삼성 라이온즈전 때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3-3으로 맞선 연장 10회초 2사 만루에서 2안타을 맞았고, 앞선 투수 정찬헌이 내보낸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어렵게 따라간 LG는 결국 3대7으로 패했다.

4일 삼성전도 불안했다. 3-0으로 앞선 9회초 등판해 최형우에게 2점 홈런을 맞았다. 3대2로 승리를 지켰으나 믿음이 희미해졌다.

7일 한화전까지 4경기에 등판해 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2.40. 4경기에서 모두 점수를 내줬다. 1⅔이닝 동안 15타자를 상대해 홈런 2개를 포함해 7안타, 볼넷 4개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이 무려 6할3푼6리다.

직구 구속이 시속 140km 초반에 머물고 있고,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많다. 지금 같은 구위라면 어느 상황에 등판하더라도 견디기 어렵다. 아무리 매년 시즌 초반에 구속이 늦게 올라왔다고 해도 이쯤되면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팀이나 봉중근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말이다.

지난 시즌에는 정찬헌이 마무리 경험을 했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