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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타임 2년차 35세 최경철, 그는 아직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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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포수 최경철. 1980년 생인 최경철은 30대 중반에 주전으로 자리를 잡은 특이한 케이스다. SK 와이번스, 넥센 히어로즈를 거쳐 LG로 이적한 최경철은 오랫동안 그늘에 묻혀 있다. 지난해 비로소 주축 포수로 도약해 LG 안방을 지키고 있다. 올해가 풀타임 2년째다. 지난 겨울에는 프로 13년 만에 억대연봉에 진입해 화제가 됐다. 5000만원에서 160%가 오른 1억3000만원에 계약했다.

시즌 초반 주축 투수 류제국 우규민이 없는데도 트윈스 마운드는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일정 부분 최경철의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헨리 소사와 루카스 하렐, 두 외국인 투수 모두 트윈스에 새얼굴이다. 두 외국인 투수와 함께 기대주 임지섭(20) 임정우 (24),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장진용(29)이 선발로 뛰고 있다. 주전 포수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15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최경철은 겸손했다. 좀처럼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는 "절실함을 갖고 매 경기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무명시절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모습이다.



▶나는 주전 포수가 아니다.

오랜 기다림과 노력으로 따낸 주전 포수. 그런데 자신이 주전 포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전 포수라는 말이 아직 어색한 듯 했다. 포수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보다 투수를 먼저 생각했다.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게임에 나갈때마다 절실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경기에 출전해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선발진의 면면이 크게 바뀌었다. 투수와 호흡을 맞춰야하는 포수로선 어려움이 있고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최경철은 "외국인 투수라고 해도 야구는 똑같다. 상대를 이기고 싶어하고, 상대를 제압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똑같다. 이런 마음만 있으면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시즌 초반이다보니 경기장 밖에서 외국인 투수와 어울릴 시간이 없다. 경기장에서 많은 대화를 하면서 상대를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 최경철은 "외국인 투수들이 자신의 어떤 공이 좋고, 어떤 공을 써야하는 지 자주 물어본다.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고 한다. 루카스가 적응이 조금 더딘편인데, 좋은 공을 갖고 있어 분위기를 타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선발 투수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임지섭은 백업포수 유강남(23)이 전담 포수로 출전하고 있다.

'어떤 유형의 투수가 리드하기 편하냐'는 질문에 최경철은 "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마운드에 있는 투수에게 최선을 다해 맞춰주는 것이다"고 했다.



▶박경완 선배를 따라가고 싶었다.

유일하게 전 포지션의 선수를 마주보면서 경기를 끌어가는 게 포수의 역할이다. 가장 중요한 게 투수가 편하게 던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블로킹과 캐칭 등 수비력은 기본이다.

최경철은 오랫동안 SK에서 함께 했던 선배 박경완(SK 2군 감독)을 보며 꿈을 키웠다. 그는 "박경완 선배를 따라가고 싶었다. 특히 과감성, 공격적인 투수 리드를 배웠다. 때로는 주자 만루에서 볼넷으로 1점을 내주더라도 앞을 내다보는 볼배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포수는 인내력이 필요하다. 희생을 하지 못한다면 힘든 포지션이다."

화를 내지 못하는 성격인데, 지금까지 딱 한번 싫은 소리를 한 적이 있다. 지난해에 후배 포수에게 과감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해줬다고 한다.

누군가는 최경철을 '양상문 감독의 황태자'라고 했다. 지난해 양 감독이 트윈스 감독에 부임한 후 백업포수였던 최경철은 주축 선수로 기회를 잡았다. 양 감독 얘기가 나오자 그는 "고마운 분이다. LG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부터 나를 지켜보셨다고 하는데, 성실한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늘 자신감을 갖고 하라는 얘기를 해주신다"고 했다.

"따로 주문을 할 필요가 없는 선수다. 특별히 기회를 준 게 아니라 본인이 노력하고, 잘 해서 지금 위치에 선 것이다. 모든 걸 알아서 잘 하고 있다."

양상문 감독의 칭찬이다.

최경철은 매일 경기 전에 피칭 머신을 작동해 놓고 블로킹, 캐칭 훈련을 따로 한다. 미리 충분히 준비를 하고 팀 훈련에 나선다. 양 감독은 "주전포수가 저렇게 하는 게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 아직도 절실함을 갖고 운동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중간이 되려고 노력하는 포수다.

그늘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선수, 아직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한 이들에게 최경철은 롤 모델이다. 물론, 쉽게 주어지는 것은 없다. 각고의 노력, 인내가 필요하다. 최경철은 "꿈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더 노력하고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고 했다.

지난 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벌어진 한화 이글스전에서 최경철은 1점 홈런을 때렸다. 올시즌 LG 팀 첫 홈런을 8번 타자 최경철이 기록했다. 그는 자신이 수비형 포수이고, 팀이 패해 별 감흥이 없었다고 했다. 그래도 올해도 출루율에 신경을 쓰고 있다. 공격에서 팀에 더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포수다보니 수싸움에서 유리한데, 막상 타석에 서면 쉽지 않다고 했다.

매사에 진지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모두 모범답안이다. 올해 목표를 묻자 그는 "한 게임이라도 더 나가 팀에 보탬이 되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포수로서 역할을 70%, 타자로서 역할을 30% 정도로 봤다.

칭찬하는 말이 나올 때마다 최경철은 쑥스러워 했다. "다른 팀 포수들이 너무 잘 하기 있어 중간 정도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10개 구단 포수 중에서 중간 정도의 포수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경철은 한 블로그에서 읽은 글을 잊지 못한다. 최경철은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이 나를 보고 힘을 냈다고 했다. 나처럼 언젠가는 터질것이라는 글을 읽고 감동했다"고 했다.

최경철은 가장 까다로운 상대 타자로 두산 베어스 김현수, 삼성 라이온즈 박석민을 꼽았다. 김현수는 공을 때리는 능력이 뛰어나 어렵고, 박석민은 수싸움에 능해 바짝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잠실=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