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이다~ 비나이다~"
큼직한 돼지머리와 말린 북어포, 각종 과일, 그리고 갓 지은 시루떡에 막걸리까지. 단촐하지만, 뭐 하나 빠진게 없는 알찬 고사상이다. 씨익~하고 벌린 돼지 입에 복돈을 끼워넣으며 한화 이글스 김광수 수석코치가 기원한다. "비나이다~ 부디 사고없기를 비나이다~ 팀 성적도 잘 나오길 비나이다~" 지난 18일 아침, 한화 이글스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실외주차장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갑작스러운 고사 한마당. 대부분 야구팀은 시즌 개막 직전 홈구장 그라운드에서 선수단의 안녕과 좋은 성적을 기원하며 간단한 고사를 지내곤 한다. 그런데 지금은 시즌이 개막하고도 3주나 지난 시점이다. 이날 한화가 치른 고사는 좀 특별했다. 선수단의 무사강녕을 기원한 게 아니라 새로 구입한 '특타 버스'의 무사고를 기원하려는 고사였다.
최근 한화 구단은 국산 신형 모델의 15인승 미니버스 한대를 추가로 구입했다. 목적은 선수단 지원용이다. 이 미니버스는 기존에 선수단이 사용하는 2대의 대형 버스와 함께 앞으로 원정경기를 할때마다 운행될 예정이다. 사실 '특타 버스'가 정식 명칭은 아니다. 하지만 이 미니버스의 구매 이유를 들어보면 '특타 버스'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한화가 갑작스럽게 미니버스를 구입한 이유는 오로지 하나. '선수단 전폭 지원'을 위해서다. 김성근 감독이나 코칭스태프에서 요청한 게 아니라 노재덕 단장이 직접 결정했다. 그 편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까닭. 지난해까지 한화는 선수단의 원정 이동시 2대의 대형 버스만 운행했다. 다른 9개 구단과 똑같았다. 아무 문제 없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김 감독이 부임한 뒤로 선수단의 규모도 커졌고, 또 기동성있게 움직여야 할 일도 늘어난 것이다.
일단 현재 한화 선수단에는 1군 엔트리에는 없지만 함께 훈련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내야수 한상훈과 정근우, 외야수 고동진, 투수 윤규진 등이 1군 엔트리에는 없지만, 함께 훈련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시즌 개막때부터 이어져왔다. 재활 막바지에 있는 선수들을 1군과 같이 훈련하게 하면서 상태를 면밀히 체크하기 위해 김 감독이 결정한 사항이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2대의 버스가 비좁아질 때가 있었다. 원정 경기 시 선수단과 동행하는 운영 및 지원팀 직원들도 대형버스에 함께 타곤 했는데, 선수들이 많아질 경우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다. 선수들이 원정 이동시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결코 경기력에 도움이될 리 없다. 그래서 한화 프런트가 전격적으로 미니버스를 추가로 구입하게 된 것이다. 원정 이동시 프런트 직원이나 훈련 보조요원들이 이 버스에 탑승할 예정이다. 대형버스 2대는 오로지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만 쓴다.
특히나 이 미니버스의 중요한 용도가 또 있다. 바로 '특타 버스'로 활용된다. 김 감독은 원정경기 때 자주 특별 타격훈련을 진행한다. 당일 오전에 몇몇 선수들을 지명해 코치와 함께 인근 고교 야구장으로 보내 특타를 시킨다. 특타의 빈도나 참여 인원은 수시로 바뀐다. 이전까지는 특타 인원이 정해지면, 미니밴이나 프런트 차량으로 이동하곤 했다. 그러다보니 가끔 특타 참가 선수가 많아지거나 하면 차량 섭외등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낭비되는 시간 역시 선수단 전력에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전력 누수는 완벽하게 없앨 수 있다. 언제든 '특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되기 때문. 특타조가 아무리 많아도 15명을 넘진 않는다. 김 감독의 지시가 나오면 기민하게 선수들을 추려 '특타 버스'를 타고 가면 그만이다. 노 단장은 "미니버스를 선수들이 편안하게 이용해서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장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한 한화 프런트의 노력을 '특타 버스'에서 엿볼 수 있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