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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 효과', 안영명-김회성의 잠재력을 끌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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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 묻혀있는 다이아몬드는 그냥 '돌덩어리'일 뿐이다. 그걸 밖으로 꺼내 다듬어야 비로소 '보석'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진짜 장인은 땅속에 있는 게 그냥 돌덩어리인지 보석인지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걸 꺼내 정교하게 보석으로 세공하는 능력이 있다. 한화 이글스의 대반전은 이런 과정 속에 탄생했다.

김성근 감독(73)이 부임한 뒤 묻혀있던 잠재력을 훨훨 발휘하는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보여주지 못했던 실력이다. 사실 원래라면 진작에 이런 역할을 했어야 할 선수들이다. 그 동안 잠재력을 제대로 꺼내쓰지 못했을 뿐이다. 김 감독은 팀에 부임 후 그런 선수들을 눈여겨봤다. 그리고 그들을 채찍질했다. 돌을 꺼내어 때리고 쪼아서 보석으로 세공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제 그 효과가 조금씩 나타난다. 대표적인 두 인물. 선발 전환 후 단숨에 '에이스'급 위력을 보여주고 있는 안영명과 붙박이 주전 3루수를 맡은 뒤 숨겨둔 장타력을 바음껏 발휘하고 있는 김회성이다.

안영명의 대약진은 실로 눈부시다. 지난 4월30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5⅓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안영명은 선발 전환후 4연승을 내달렸다. 평균자책점도 1.69로 단독 1위에 올라있다. 여러 수치에서 안영명은 말 그대로 '역대급' 활약을 보이고 있다. 데뷔 후 이렇게 강렬한 위용을 펼친 적은 없었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에서 피안타율(0.149)이 가장 낮다. '언터처블'의 위용을 보여준 셈.

이런 안영명의 대약진은 사실 의외의 일이다. 지난해 말 투수조 조장으로 뽑힌 안영명은 중간계투에서 활약할 것으로 전망됐다. 선발 로테이션에는 자리가 없었다. 당초 김 감독이 구상한 선발진은 외국인 투수 2명에 FA로 영입한 배영수, 송은범 그리고 유창식과 이태양 중에서 1명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배영수는 허리 통증으로 개막 시점에 나오지 못했고, 송은범도 구위가 형편없었다. 이태양은 팔꿈치 수술을 받게 됐다. 결국 선발진에 구멍이 생겼다. 그러자 안영명에게 눈을 돌렸다. 지난 4월11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선발로 나오더니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4경기에 연속 선발로 나와 5이닝 이상을 꼬박 던지며 4연승을 챙겼다. 2009년 붙박이 선발로 11승(8패)을 거둘 때보다 더 위력적인 모습이다.

김회성의 약진도 주목할 만 하다. 김회성은 4월30일까지 타율 2할5푼에 4홈런 8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율은 사실 별 볼일 없다. 여전히 볼넷(7개)보다 삼진(12개)이 훨씬 많은데서 알 수 있듯 선구안이나 투수와의 승부 능력은 좋지 않다.

하지만 장타력의 성장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3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친 페이스는 놀랍다. 2009년 한화 1차지명으로 입단한 김회성은 이제껏 가장 많은 홈런을 친 것이 지난해의 6개다. 59경기에 나와 달성한 기록. 그러나 올해는 이런 페이스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김 감독이 캠프에서부터 김회성의 장타력에 주목하며 기회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담감을 털어내고 조금씩 자기 스윙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김회성은 4월29일~30일 광주 KIA전에서 이틀 연속 홈런을 치면서 그간 보여주지 못한 '몰아치기 능력'까지 발휘하고 있다. 슬러거에게 가장 필요한 모습이다.

현재의 페이스를 감안하면 김회성은 올해 25개 정도의 홈런을 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이건 수치상의 결론이다. 시즌 중반 이후 체력 저하나 부상 등의 네거티브 변수는 감안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를 치를 수록 자신감이나 승부 능력등이 더 향상될 수도 있다. 결국 꾸준히 지금처럼만 경기를 한다면 적어도 20홈런 가까이는 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안영명과 김회성의 대약진에서 김성근 감독의 힘을 엿볼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