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4번타자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앞에서 쇼케이스를 시작했다. 자신의 타격기술을 과감히 뽐낸 하루였다.
박병호는 3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4번-1루수로 선발출전해 4타수 3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세 개의 안타 모두 단타였지만, 박병호를 관찰하기 위해 목동구장을 찾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을 놀라게 하기엔 충분한 타격이었다.
이날은 워싱턴 내셔널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스카우트들이 구장을 찾았다. 특히 텍사스는 이례적으로 태드 러빈 부단장까지 총 4명이 야구장을 찾아 박병호를 직접 관찰했다. 박병호 외에 다른 선수들도 관찰한다는 게 스카우트들의 목적이었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의 관심은 올 시즌을 마치고 구단 동의 아래 해외진출이 가능한 박병호였다.
당초 6개 구단이 이날 목동구장을 찾기로 했지만, 일정 문제로 세 개 구단 스카우트들만이 박병호를 관찰했다. 경기 전 염경엽 감독은 "스카우트들은 홈런보다는 타자의 메커닉과 스윙 궤도 등을 보러 온다. 바로 메이저리그의 공을 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한다는 것.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경험이 풍부한 염 감독의 말은 일리가 있다. 특히 빠른 공이 기본인 빅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확실한 타격 기술이 있어야 한다.
박병호의 상대는 롯데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 우완 린드블럼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110경기에 나선 투수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는 LA 다저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불펜투수로 뛰었고, 2013년 텍사스 레인저스, 2014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는 선발 등판 경험도 있다. 통산 기록은 5승 8패 평균자책점 3.82.
스카우트들에게는 박병호를 관찰하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박병호는 1회부터 자신의 타격 기술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1회말 2사 1루서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는 풀카운트에서 높은 코스로 들어온 6구째 148㎞자리 투심패스트볼을 받아쳐 중전안타로 만들었다.
노리고 있던 코스가 아닌 듯 보였지만, 박병호는 절묘한 배트 컨트롤로 타구를 외야로 보냈다. 한 손을 놓으면서 손목 힘으로 부드럽게 타구에 힘을 실었다.
3회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이번엔 볼카운트 2B0S에서 몸쪽으로 바짝 붙은 147㎞짜리 투심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좌전안타로 만들어냈다. 이번에도 어려운 코스였지만, 한 손을 놓으며 기술적으로 타구를 보냈다.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변화구 공략을 선보였다. 린드블럼의 2구째 바깥쪽 낮은 112㎞짜리 커브를 잡아당겨 좌전안타를 날렸다. 최근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주고 있는 바깥쪽 코스 공략을 보는 듯했다. 타자에게 멀게 느껴질 수 있는 공이었지만, 이번에도 무게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손목을 이용해 타구를 외야로 보냈다.
박병호는 7회 심수창의 포크볼에 당하면서 4구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래도 박병호가 가진 타격 기술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목동=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