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극장 연 FC서울, 극적 ACL 16강 진출로 얻은 3가지

by

'서울극장'은 FC서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꺼질 듯한 불씨는 살아나고 또 살아났다. 그러나 올 시즌 극장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지독한 골가뭄에 반전은 없었다. 최용수 감독은 "조금만 더 믿고 기다려주면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위기 의식은 팽배했다. 5일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H조 조별리그 최종전은 어쩌면 마지막 기회였다.

팬들에게 더 이상 인내력을 요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16강 진출과 조별리그 탈락은 천당과 지옥이었다. '죽음의 조'에서의 생존은 새로운 탈출구지만 반대의 경우는 상상조차 쉽지 않았다.

'서울극장'이 드디어 열렸다. 서울이 가시마와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종료 직전 터진 몰리나의 극적인 결승골을 앞세워 3대2로 역전승하며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았다. 서울은 광저우 헝다(중국·승점 10)에 이어 H조 2위(승점 9)로 16강에 진출했다. 힘겨운 길이었다. 디펜딩챔피언 웨스턴 시드니(호주)는 예상대로 원정에서 동력이 떨어진 광저우에 1대0으로 승리했다. 광저우는 최종전 결과와 관계없이 이미 조 1위를 확정지었다. 웨스턴 시드니의 승점은 8점이었다. 서울은 비겨도 올라갈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사라졌다. 비기면 탈락이었다. 그 순간 '극장 골'로 대반전에 성공했다.

극적인 ACL 16강 진출로 물줄기가 바뀌었다. 서울의 시즌은 지금부터다. 가시마전을 통해 감독은 물론 선수들도 새로운 길을 찾았다.

▶'이진법' 축구에서 탈출

하노이 T&T(베트남)와의 ACL 플레이오프(7대0 승), 경주한수원과의 FA컵 32강전(3대0 승)은 진검승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객관적인 전력 차가 있었다.

본무대는 K리그와 ACL 조별리그였다. 하지만 서울은 '이진법 축구'의 늪에 빠졌다. 득점은 '0'과 '1' 뿐이었다. K리그 9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멀티골이 없었다. 8경기 연속 1득점에 머물렀다. ACL은 가시마와의 최종전 전까지 5경기에서 단 2골에 그쳤다. K리그 2승3무4패(승점 9), ACL 1승3무1패(승점 6), 잔잔해도 너무 잔잔했다. 서울의 옷과 맞지 않았다.

결국 축구는 골로 말았다. 골이 터지지 않으면 승점 3점을 챙길 수 없다. 가시마전에서 드디어 '이진법 축구'에서 탈출했다. 3골을 쏟아부으며 골가뭄에서 벗어났다. 0-1로 끌려가다 역전에 성공했고,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또 다시 달아났다. 각본없는 역전 드라마에 선수들도 골부담을 털어냈다.

▶전 주장 고명진과 현 주장 차두리

시즌 도중 주장 교체는 이례적이다. 전 주장 고명진은 지난달 18일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 부상했다. K리그와 ACL, FA컵 등 4경기 연속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최 감독은 주장 교체를 단행했다. 완장의 무게를 덜어주겠다는 최 감독의 배려지만 고명진은 상처가 될 수 있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차두리가 새로운 캡틴에 선임됐다. 그러나 그도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2일 K리그 성남전에서 '주장 데뷔전'을 치렀지만 1대1로 비기며 찜찜하게 출발했다. 부상 복귀 직후라 후유증도 있었다.

고명진은 부상에서 100% 회복되지 않아 가시마 원정 합류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시즌 중에는 대다수의 선수들이 잔부상을 안고 뛴다. 고명진도 경기에 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신력은 또 다른 벽이었다. 최 감독은 원정 명단 18명 가운데 17명을 확정한 후 마지막 한 자리를 비워뒀다. 긴 대화 끝에 고명진의 승부욕을 끌어냈고, 3일 함께 원정길에 올랐다. 고명진은 가시마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베테랑' 차두리의 힘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팀의 윤활유였다. 정신적으로도 그라운드를 지배하며 팀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몰리나의 결승골이 터진 직후에는 최 감독과 얼싸안고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그의 주장 완장은 특별히 빛이 났다. 전-현 주장이 위기에서 자신의 몫을 했다.

▶이제는 K리그다

서울은 지난해 K리그 11라운드까지 2승3무6패였다. 12개팀 가운데 11위였다. 지난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정규리그 3위로 마감했다. '슬로스타터'는 올 시즌에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 9라운드 현재 2승3무4패, 12개팀 가운데 10위다.

지난해의 경우 원정에서 열린 가와사키 프론탈레와의 ACL 16강 1차전(3대2 승)이 반전의 무대였다. 올 시즌 가시마와의 원정경기가 동색이다. '서울극장'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서울은 10일 부산과 원정경기를 치른다. 이제는 K리그다. 청신호는 켜졌다. 과연 지난해의 흐름이 반복될지 주목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