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제구력이 좋은 투수가 아니다."
삼성 라이온즈 장원삼은 한국을 대표하는 왼손 선발 중 하나다. 2006년 데뷔해 지난 7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서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역대 24번째 100승 투수. 특히 왼손 투수로는 송진우 이후 두번째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제구력이 좋은 투수로 알려져있다. 국내에서 제구력이 좋은 투수로 항상 꼽히는 투수 중 한명이다.
그러나 본인의 생각은 달랐다. "제구력이 좋은 투수는 몸쪽, 바깥쪽 코너워크가 잘 되는 투수 아닌가"라면서 "난 그렇게 잘 하지 못한다"라고 의외의 말을 했다. "난 제구력이 좋은 투수가 아니다"라고 한 장원삼은 "내가 볼넷이 많은 편이다.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라고 했다.
장원삼은 올시즌 9이닝당 볼넷이 3.71개로 전체 19위에 올라있다. 1위는 NC 다이노스의 손민한으로 0.72개이고, 2위는 삼성의 윤성환으로 0.81개다. 둘 다 제구가 좋은 투수로 정평이 나있는 선수들. 윤성환은 지난해에도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에서 9이닝 당 볼넷이 1.95개로 1위에 올랐다. 장원삼은 지난해엔 2.57개로 9위였고, 2013년엔 2.45개로 4위였다. 볼넷 기준으로 보면 분명 제구력이 좋은 투수인데 왜 그는 제구력이 좋지 않다고 할까.
구속도 느리고 제구력도 좋지 않은 투수가 어떻게 10년 동안 좋은 성적을 냈냐고 묻자 "그냥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졌다"라고 답했다. "10년간 투구 패턴도 많이 바뀌지 않았다"라는 장원삼이다. "다 알겠지만 난 직구와 슬라이더의 투피치 투수다. 요즘 커브와 체인지업을 가끔 던지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투피치다"라는 장원삼은 "공격적으로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고 빠르게 승부하고 몸쪽을 많이 던져왔다"라고 자신이 프로를 헤쳐왔던 비결을 말했다.
지난 8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이 조금 아쉬웠다. 6회까지 안타 3개와 볼넷 1개만 내주고 무실점 피칭을 하며 SK 선발 김광현과 멋진 선발 맞대결을 펼쳤으나 7회말 김성현에게 대타 스리런포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올시즌 던진 날 중에 가장 컨디션이 좋았고 밸런스도 좋았다"는 장원삼은 "하필 그날 광현이도 잘던지냐"라며 웃었다. 7회 이재원과 박계현에게 내준 볼넷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재원에게 내준 볼넷이 결국 화근이 된 것 같다"면서 "박계현에겐 편하게 맞혀잡으려고 스트라이크를 던진다고 했는데 그게 오히려 밸런스가 나빠져 볼이 됐다"라고 했다.
선발 투수가 등판했을 때 컨디션이 좋은 날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데 그때 승리를 하지 못하면 아쉬울 법했지만 장원삼은 쿨했다. "승리를 못했지만 찝찝하거나 아쉽지는 않다. 내공을 잘 던졌기 때문에 시원했다"라고 했다.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가 그가 프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