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필립 험버가 또 다시 부진했다.
험버는 16일 광주 두산전에서 선발등판, 4이닝 5피안타 5볼넷 4실점을 했다. 투구수는 무려 107개.
입단 당시 기대를 많이 모았던 외국인 선수다. 2004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지명됐다. 2010년부터 메이저리그에 승격된 그는 이듬해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9승9패를 기록했다. 이듬해 메이저리그 역사상 21번째 퍼펙트 게임을 달성했던 그는 이후 부진했다. 결국 트리플 A로 떨어지는 그는 올 시즌 KIA에 입단했다.
150㎞에 육박하는 패스트볼과 예리한 슬라이더, 커브를 지닌 그였지만, 올 시즌 구위가 많이 떨어졌다. KIA 김기태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너무나 열심히 하는 선수다. 140㎞ 초, 중반대로 패스트볼의 구속이 떨어졌고, 때문에 더욱 세게 던지려는 경향을 보이는 악순환이 있다"고 했다.
기량이 쇠퇴하면서 구위의 저하는 불가피하다. 자연스럽게 제구력을 향상시키면서 적응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예전 구위와 현재 상태 사이에서 괴리를 인정하지 못하고 혼란이 가중되는 케이스도 있다. 올 시즌 KIA에서 뛰고 있는 험버의 경우는 후자다.
이날도 그랬다. 패스트볼은 145㎞ 안팎에서 형성됐다. 하지만 불안한 제구력이 문제였다. 구위를 무리하게 끌어올리면서 생긴 부작용. 결국 1회부터 폭투 등 제구력이 들쭉날쭉했다. 2회 양의지에게 몸에 맞는 볼, 김재환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민병헌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허용했다. 3회에는 양의지에게 투런홈런을 맞았다.
4회에는 뼈아픈 장면이 나왔다. 1사 이후 민병헌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2사 3루 상황에서 폭투로 1점을 또 다시 헌납했다. 이미 투구수는 100개에 육박한 상태. 결국 4이닝만을 소화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최근 더욱 상태가 좋지 않다. 4월22일 롯데전에서 5이닝 7실점, 지난 5일 NC전에서 5⅓이닝 6실점, 10일 넥센전에서 3⅔이닝 5실점의 부진을 보였다.
KIA 입장에서는 험버에 대한 고민이 만만치 않다. 광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