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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진출' 유재석, 도전적 행보에 숨겨진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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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MC' 유재석이 마침내 종합편성채널 JTBC에 진출한다. '크라임신'을 연출한 윤현준 PD와 의기투합했다. 방송 시기는 8월. 정규 편성 전에 파일럿으로 첫 선을 보인다.

유재석의 종편 진출 소식은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방송가에선 그의 행보를 의미심장하게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유재석은 강호동과 함께 지상파 프리미엄을 상징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경규, 신동엽, 김구라, 김성주 등 톱MC들이 케이블과 종편으로 발을 넓혀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동안 유재석과 강호동은 지상파에만 머물러 있었다. 비지상파 채널의 영향력이 확대됐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지상파와 대등하다고 보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유재석과 강호동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유재석이 JTBC와 손을 잡으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케이블과 종편의 약진, 지상파의 몰락이 가속화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콘텐츠만 좋다면 지상파, 케이블, 종편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되면서 예능계에서 JTBC의 이미지와 신뢰도 상승 효과도 가져왔다.

그렇다면 유재석은 왜 JTBC를 택했을까. 유재석의 소속사 관계자는 2일 "종편에서 프로그램을 맡는 것이 처음이긴 하지만 채널을 가려서 출연한 건 아니었다"며 "그동안 스케줄이 잘 맞지 않아서 기회가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윤현준 PD와는 KBS에서 '해피투게더' 쟁반노래방 등의 프로그램을 같이 만들면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며 "윤현준 PD와 인연도 있고 비교적 부담감이 적은 파일럿이라서 함께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의 컨셉트와 포맷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유재석이 출연하는 것 말고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모든 것이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JTBC가 일찌감치 유재석 캐스팅을 공개한 것은 향후 출연진 섭외를 비롯한 제작 준비를 수월하게 진행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재석의 종편 진출이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그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유재석은 어느 때보다 도전적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SBS '런닝맨'을 맡은 이후로 몇년간 유재석의 프로그램은 고정돼 있었다. MBC '무한도전'과 '놀러와', KBS2 '해피투게더' 등 10년 안팎의 장수 프로그램이었다. 2012년 '놀러와' 폐지 이후로도 마찬가지였다. 케이블과 종편에서 무수한 제안을 받고 있음에도 그는 조심스럽게 처신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프로필에 변화가 생겼다. KBS에서 '나는 남자다'를 새롭게 선보였고, 최근에는 SBS에서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이끌고 있다. JTBC에서 신규 프로그램을 맡은 것도 이러한 행보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으로 해석된다.

유재석이 선택한 프로그램들이 포맷과 내용 면에서 혁신적이었다는 것에서도 유재석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나는 남자다'는 패널부터 방청객까지 주로 남자들로 꾸려졌고, 토크의 주제도 남자들의 이야기로 특화했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부모와 10대 자녀 사이의 갈등을 주제로 세대간 교감과 소통을 다룬다. 관찰 카메라로 부모와 아이의 일상을 각자의 시선에서 보여준 뒤 토크를 풀어가고 패널과 방청객의 의견을 청취하는 형식이 새롭다. 도전적인 그의 행보에 비춰볼 때 JTBC 프로그램도 기존의 예능과는 차별화된 실험적 프로그램이라 추측해 볼 수 있다.

'무한도전' 10주년과 '런닝맨'의 해외 진출 등 유재석은 어느 때보다 바쁘다. 거기에 새 프로그램까지 맡는다. 조용하고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변화가 감지된다. 더 먼 미래를 위한 포석으로도 비춰진다. 그래서 더더욱 그 성과에 관심이 쏠린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