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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체육]희망은 있다②인프라 확충&활용에 답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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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도서관이었는데 실내 체육관으로 바꿨다."

경기 부천의 상동고등학교에는 다른 학교에는 없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학교 본관 건물 1층에 자리한 '형성관', 학교 교실 3개를 합쳐놓은 크기의 형성관 안에는 조그만 무대가 있고, 책상과 의자도 있다. 매트 등 각종 체육 교구는 물론 탁구대도 자리해 있다. 이 공간을 두고 이태구 상동고 체육교사는 "몇년 전까지 학교 도서관으로 쓰이던 공간인데 학교에 건의해 작은 실내 체육관으로 바꿨다. 날씨 환경이 좋지 않을 때 실내에서 체육 수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작은 규모지만 실내 체육관이 생기면서 상동고등학교의 여학생 체육 수업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되었다.

# "체육관에 불이 꺼지지 않는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5월 초, 경기 부천의 원종고등학교 체육 수업이 진행되던 실내체육관은 땀과 거친 숨소리로 가득찼다. 체육교사의 호각 소리에 여학생 둘이 긴 줄을 돌리면 2명씩 짝을 이룬 같은 반 친구들이 깡총깡총 줄을 타고 넘었다. 구슬땀이 흐르는 얼굴에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하나, 둘' 신호에 맞춰 줄을 돌렸다. 줄넘기 30개를 넘어서자 남학생과 여학생의 환호가 체육관에 메아리쳤다. 임성철 원종고 체육교사는 "전기비나 유지비가 든다고 체육관 사용시간에 제한을 두는 학교들이 있는데, 우리 학교 체육관에서는 매시간 체육 수업이 진행된다. 체육관에서는 여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체육 수업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운동장 흙먼지, 햇빛과 자외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여학생들에게 땀을 흘리고, 화장이 지워지는 불편함은 큰 장벽이 되지 않았다.

2010년 한국체육과학연구원(현 한국스포츠개발원) 한태룡 교수의 '여학생 체육활동 참여 실태 분석 및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 체육시설 및 용기구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53.8%에 이르렀다. 부족한 시설로는 체육관 (39.2%)이 1위로 꼽혔다. 그러나 2013년 4월 교육부의 여학생 체육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샤워실 및 운동장의 부재 및 부족(16.3%, 16.0%), 탈의실 및 체육관의 부재(11.6%, 11.0%) 등으로 개선의 목소리가 많이 줄어들었다. 또 교육부의 여학생 체육활동 현황분석에 따르면, 2013년 여학생들의 시설 만족도 48.9%는 2014년 51.3%로 증가했다. 체육시설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 여학생은 이유로 '체육시설이 다양하지 않고 낡았다'(34.8%) '체육관이 없다'(17.5%) '운동장이 좁다'(15.5%) 등의 답을 내놨다. '땀 흘리고 운동한 후 샤워할 곳이 없다'는 응답은 8.8%로, 2013년 16.3%에 비해 7.5%나 낮아졌다. 정부가 추진해온 탈의실, 샤워실 등 여학생 체육활동을 위한 편의시설 개선 노력이 수치로 확인됐다.

교육부도 매해 여학생 체육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확대, 추진중이다. 2013년 체육관(강당 겸용 포함)을 보유한 전국 초·중·고수가 2013년 7647개교에서 2014년 7818개교로 증가했다. 2014년 12월을 기준으로 전국 1만1673개 초·중·고등학교 중 1만83개교가 전용 체육관(978개), 강당 겸용 체육관(6994개), 간이 체육실(2111개) 등 실내 체육 시설을 갖췄고, 탈의실을 보유한 학교는 50%가 넘는 6168개교에 이르렀다. 2015년에도 '여학생들 체육활동 참여 증진 및 선호종목 활동을 위한 간이 실내 체육실 확충' '남녀공학 중·고등학교 탈의실 우선 설치 추진' 등 여학생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을 추진중이다.

이제 인프라 확충 못지 않게 '활용'을 통해 여학생 체육 활성화의 희망을 찾아볼 시기다. 인프라의 활용은 작은 관심과 의지로부터 시작된다. 스코틀랜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공익재단 YST(Youth Sport Trust)는 여학생의 스포츠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만든 '핏포걸스(Fit for Girls)'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스코틀랜드 캐슬브레 커뮤니티 고등학교 여학생을 상대로 용기구 구입 및 시설보수(탈의실 등)를 통한 신체 활동에 대한 관심 유발 조사를 했더니 체육 활동 참여도가 높아졌다.' YST가 만들어준 환경 변화는 낡고 지저분한 탈의실의 개·보수, 화장대 거울 및 헤어드라이기 설치 등에 불과했다. 스코틀랜드 커킨티로치 고등학교도 탈의실 벽의 낙서를 지우고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는 등 여학생들의 취향에 맞는 탈의시설로 개수했더니 여학생들의 체육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스포츠조선이 취재한 학교 대부분도 실내에서 체육 시설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관건은 얼마나, 어떻게 시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다. 앞서 소개한 상동고와 원종고는 체육 시설 확충과 활용의 '좋은 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