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완의 영화 톺아보기]'톺아보기'='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라는 순우리말.
'마돈나'
▶작품성 ★★★★
▶오락성 ☆
감독 신수원 / 주연 서영희 권소현 김영민 / 배급 리틀빅픽처스 / 개봉 2015년 7월 2일
시작부터 암울한 분위기는 관객들의 가슴을 짓누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회적 약자는 비굴하고 힘이 없으며 짓밟힌다. 돈을 가진, 즉 권력을 가진 이들은 하나같이 무자비하고 포악하고 배려심조차 없다. 신 감독의 전작들이 그러했듯 '마돈나'에서도 신 감독은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진 미나(권소현)를 하염없이 바닥으로 잡아끌어내린다. 이 영화에서 동정심은 해림(서영희)과 관객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1%의 운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마돈나'를 보면서 이 사회가 이 정도까지인가 자괴감이 들 정도. 악수(惡手)에 악수를 거듭하는 미나의 선택을 그의 책임으로 몰기에는 '마돈나'가 그리는 사회가 요즘 현실과 너무도 흡사하다. "점점 상위 2%만을 위한 세상이 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의 일상이 파괴되고 내팽개쳐질 때 누가 돌아볼까라는 생각을 하니 공포감이 느껴졌다"는 신 감독의 말처럼 말이다.
신 감독도 '마돈나'라는 영화가 극단적이라는 점에서는 동의했다. 하지만 그는 "포장마차에서 일하던 한 여자가 고시원 계단에서 아기를 낳고 택배에 싸서 자기 어머니에게 보냈다는 기사를 봤다"고 말하며 '마돈나'가 말하는 세상이 현실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한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한국 작품은 사회적 약자로서 여성을 많이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다루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무뢰한'에서는 밑바닥까지 떨어진 여성이 어떻게 사랑을 찾고 살아가는지를 그리고 있다. '차이나타운'은 여성이 자기들만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그렸다. 그리고 '마돈나'는 가장 비참한 방법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여성을 그리고 있다. 미나가 소극적이기만한 여성인지, 신 감독의 말처럼 "자기에게 주어진 삶속에서는 치열한 여성"인지는 논쟁해볼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극에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가 모조리 포악하거나 변태이거나 비겁하다. 상우(김영민)는 포악하고 종대(진용욱)는 비열하다. 박과장(이명행)은 이기적이고 한과장(신운섭)은 순종적이다. 그리고 혁규(변요한)는 비겁하다. 남성을 사회적 강자와 대비해서 표현했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만 관객들에게 '남성은 이런 존재다'라는 것을 강요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조금은 아쉽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