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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헬스칼럼] 메르스 공포와 손씻기의 미학(美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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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공포가 온 나라를 쓸어버린 지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발병 초기에 보건 당국은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공기감염이 아닌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분비물이 튀어서 전염되는 비말감염이다. 따라서 직접 접촉하지 않은 경우에는 안전하다. 이에 따라 전염의 위험성이 높은 구역을 환자와의 거리 2m 이내로 한정했다. 하지만 이는 초기 대응에 실패한 중요한 원인의 하나가 됐다.

직접 바이러스 보균자와 접촉하지 않았는데도 전염된 이유는 무엇일까?

병원 내 에어컨을 통한 전파, 불완전한 환기시설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제기됐으나 병원 내에서 환자간의 직접적인 접촉 없이 이렇게 급격하게 바이러스가 퍼진 주범으로 의심되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몸, 그 중에 손이다.

손은 우리 몸의 어떤 부위보다 다른 물체나 사람과 많이 접촉하는 부위다. 따라서 감염성 질환은 직접 환자에서 환자로 입과 코를 통해 전파되는 것 보다는 손을 거쳐서 감염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매년 10월 15일은 '세계 손 씻기의 날(Global Handwashing Day)'이다. 2008년 10월 유엔총회에서 각종 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고자 제정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올바른 손 씻기를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감염 예방법' 으로 소개하고 있다.

올바른 손 씻기는 건강을 위한 가장 경제적인 실천이다. 연구에 따르면 손 씻기를 위해 3500원을 투자하면, 가정 내 수도공급에 20만원, 예방백신에 100만원을 투자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언제 어떻게 손을 씻어야 할까?

용변을 본 후, 밖에 나갔다 온 직후, 음식을 먹거나 요리하기 직전에 손을 씻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재채기를 할 때에는 손수건이나 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하여야 하지만, 만약에 손으로 입을 가린 경우에는 그 직후 손을 깨끗하게 씻는다. 돈을 만지거나 애완동물을 만진 후, 상처가 난 곳을 만지거나 책, 컴퓨터 자판을 만진 후에도 손을 씻는 것이 필요하다.



비누나 세정제를 이용하여 제대로 된 손 씻기를 한다면 손에 묻은 세균과 바이러스 등을 99.8%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흐르는 물에 비누를 사용해 다음과 같은 6단계 방법을 실천하도록 한다. 손바닥만 서로 비비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과 손바닥, 손등과 손바닥, 엄지손가락, 손가락사이, 손끝의 순서로 꼼꼼하게 씻는다. 이 방식은 의사들이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손을 씻는 방식으로 손 전체를 꼼꼼하게 놓치지 않게 세척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비누는 고체비누 보다는 물비누가 좋다. 젖은 채 방치된 고체비누는 오염되기 쉽기 때문이다. 손에 묻은 기생충, 세균, 바이러스 등은 단순히 물을 이용해 씻는 것은 효과가 떨어지긴 하지만 비누가 없는 경우에는 흐르는 물에 이와 같은 방법으로 씻는다면 도움이 된다.

질병관리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중 9명은 손 씻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화장실에서 용변 후 손을 씻는 사람의 비율은 73% 이고, 이때 비누를 사용하는 사람은 33%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는 있지만 실천을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메르스 공포가 휩쓸고 간 그 여파가 만만치 않다. 멈춰버린 대한민국을 걱정하고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초등대처에 실패한 관계 당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책임논란은 더 커질 것이다.

이미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이나 여기서 교훈을 얻는 다면, 그리고 그 것을 우리의 자산으로 만들 수 있다면 이번 일은 우리에게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보건당국은 외부 전염성 질환에 대한 대처 시스템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며 국민들은 개인위생을 확고히 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이에 대한 기분 좋은 경험이 있다.

2009년 신종플루의 유행으로 전국에 손 씻기 열풍이 불었다. 그리고 그 해에는 매해 여름철만 되면 대유행하던 아폴로 눈병이 4분의 1 이하로 줄어들게 됐다. 손 씻기의 미학(美學)이었다. 글·권병소 엔비유성형외과피부과 대표원장(대한비만체형학회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