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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월드컵]'지메시'지소연의 프랑스전이 기대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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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캐나다월드컵 E조 조별리그 3차전 스페인전 직후 지소연은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리브 유어 골,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 상패를 들고 사진을 찍은 후 지소연은 "아, 이 상 내가 받아도 되는 거냐?"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받을 상이 아니다. 이 상패에 선수들 이름을 모두 새기고 싶다"고 했다.

지소연은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아이콘이다. 일본 나데시코리그에서 3년 연속 베스트일레븐에 올랐고, 지난해 첫 진출한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에서도 PFA 올해의 선수상을 비롯해 상이라는 상은 모조리 휩쓸었다. 16강의 꿈을 이룬 후 지소연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1승1무1패, 내가 얘기했었죠.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기뻐요." 꿈을 이뤘건만, 16강은 아직도 꿈만 같다.

지소연은 18일 스페인전 전반 부진했다. 패스미스도 몇번 있었고, 볼을 뺏기는 장면도 나왔다. 그러나 '번쩍' 하고 빛난 장면이 있었다. 허리싸움에서 고전하고 있던 전반 분, 지소연은 작정한듯 수비수 3명을 거침없이 제치고 박스안까지 치고 들어갔다. "스페인전엔 욕심을 더 내보겠다"던 약속대로였다. 임팩트 순간, 공이 다리 사이에 끼며 슈팅 타이밍을 놓쳤지만, '지메시'다운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2만여 명의 팬들의 환호와 갈채가 쏟아졌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언론담당관으로 활약한 '축구전문 외교관' 허 진 주몬트리올 총영사는 "전반 드리블 장면을 보면서 '여자 메시' 맞구나 했다"며 극찬했다.

16강에 가기까지 '에이스의 부담감'이 컸었다. 윤덕여 감독이 따로 불러 면담할 정도였다. 브라질전 지소연은 단 한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코스타리카전 컨디션이 올라왔지만 2대2 무승부 후 "내가 너무 못했다"고 자책했다. 스페인전을 앞두고 지소연 "축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순간, 고비를 잘 넘겨온 좋은 기억이 있다"고 했다. 스스로의 말처럼, 이번에도 '그 고비'를 넘었다. 극적인 첫승으로 16강의 꿈을 이뤘다.

'지고는 못사는' 지소연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가장 많이 소리치는 '투사'다. 심서연 등 '절친 선배'들은 "잘 못하면 소연이한테 혼난다"고 한다. '맏언니' 김정미는 "소연이가 정말 소리를 많이 지른다. 후배지만 맞는 말이기 때문에 선배들도 당연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0-1로 밀리던 스페인전 하프타임 지소연은 "스페인한테 이렇게 16강 내주면 너무 억울하지 않냐"고 동료들에게 호소했다. 그녀들이 걸어온 가시밭길, 그간의 혹독했던 훈련과정을 생각하면, 이대로 물러설 순 없었다. 후반 지소연의 발끝에서 반전이 시작됐다. 조소현 동점골의 시작점이 됐다. 전반에도 지소연은 몇차례 오른쪽 강유미를 노린 칼날 패스를 찔러넣었지만 속도감이 맞지 않았었다. 그러나 후반 8분 오른쪽으로 '치고달리는' 강유미의 스피드를 계산하고, 공간으로 뚝 떨어뜨려준 패스는 일품이었다. 상대수비를 이겨내며 공을 지켜냈고, 휘청거리면서도 강유미를 보고 정확한 공간패스를 찔러넣었다. 클래스를 입증했다. 이어진 강유미의 '택배 크로스', 조소현의 슈팅 타이밍은 자로 잰 듯 정확했다. 지소연은 전방으로 볼을 찔러넣고, 최전방까지 올라가서 싸우는 투사의 모습을 보여줬다. 김수연의 '슈터링 골'이 작렬한 순간 지소연은 걸쭉한 욕으로 축하인사를 건넸다. "그 골이 들어가는 순간 이길 수밖에 없겠다는 느낌이 왔다."

'1승1무1패' 지소연의 예언은 적중했고, 16강 꿈은 이뤄졌다. 프랑스전은 이제 '지메시' 지소연이 부담감을 털어내고 자신의 모든 것을 편안하게 펼쳐보일 무대다. 조별예선 3경기, 매경기 '롤러코스터'를 타며 악전고투했다. 히 3경기 연속 풀타임을 뛴 선수들의 몸은 고되다. 다리는 온통 멍자국, 발은 물집투성이다. 지소연 역시 허벅지에 두터운 붕대를 감고 뛴다. 그러나 꿈을 포기할 수 없다. 프랑스 여자축구리그는 독일과 함께 세계 최강의 리그로 손꼽힌다. 우승후보 프랑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랭킹 3위에 올라있다. 7위인 브라질보다 4계단이나 높다. 여자월드컵에는 3번째 출전이다. 역대 최고 성적은 2011년 4강 진출이다. 유럽지역 예선을 전승으로 통과했다. 오스트리아와 핀란드, 헝가리, 카자흐스탄, 불가리아를 상대했다. 10경기에서 54골을 넣었다. 경기당 5.4골이다. 실점은 3골에 그쳤다. FIFA여자랭킹 1위인 독일(62골)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골이다.

프랑스 감독은 21일 16강전 하루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앞에 서는 작은 10번 선수(지소연)와 수비라인 앞에 서는 8번 선수(조소현)"를 언급했다. 지소연은 올림피크리옹과도 좋은 추억이 있다. 일본 고베 아이낙 시절인 2012년 제1회 몹캐스트컵 클럽선수권에서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올림피크리옹과 맞붙었다. 지소연은 이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연장 후반 페널티킥을 내주며 분패했지만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MIP(Most Impressive Player)를 받았다. 2011년 이후 최우수선수상을 3연패하며 첼시로의 길을 스스로 열었었다. 지소연에게는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일전이다.

지소연은 21일 공식 훈련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를 다음으로 미뤘다.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싶은 뜻이 읽혔다. '맏언니 수문장' 김정미(31·현대제철)가 지소연을 향해 "쏘발아(대표팀 선수들이 부르는 지소연의 애칭), 승부차기까지 생각하고 있지?"라고 묻자, 지소연은 "네, 거기까지 안가고 깔끔하게 이기면 더 좋죠"라며 웃었다. 윤덕여 감독은 "경기가 거듭될수록 지소연의 경기력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A매치 78경기에서 39골을 기록중인 '여자축구 최다골 기록보유자' 지소연이 꿈의 월드컵, 4번째 경기, 첫 16강 무대에 도전한다. 프랑스의 골망을 흔든다면, '40호골' 고지에 오른다. 몬트리올(캐나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