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매치의 벽은 높았다. 하지만 이제 그 맛을 알았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축구인생의 즐거움"이라고 했다.
슈퍼매치가 한때 지옥이었다. 반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다시 아픔이 밀려왔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받은 만큼 되돌려 준다"고 표현했다.
두 사령탑의 말이 현주소다. 올 시즌 첫 슈퍼매치의 명암은 극과 극이었다. 수원의 잔치였다. 수원은 4월 18일 안방에서 서울을 5대1로 대파했다. 2000년대 이후 최초의 4골차 승부였다. 슈퍼매치도 승점 3점 경기다. 하지만 팬들이 받아들이는 환희와 충격은 더 크다.
"슈퍼매치에는 각각의 스토리가 있다. 그 속에 감동과 환희가 있다." 서 감독의 울림이다. 그라운드에 백지가 놓여졌다. 휘슬이 울리면 그들의 이야기가 다시 그려진다. K리그 최고의 히트상품인 슈퍼매치의 두 번째 막이 오른다.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가 27일 오후 5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다.
슈퍼매치는 설명이 필요없다. 전쟁이다. 두 사령탑의 신경도 곤두섰다. 스토리만 보면 질긴 악연이다. 서 감독과 최 감독은 대학 때부터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서 감독은 고려대 88학번, 최 감독은 연세대 90학번이다. 연-고전, 고-연전, 2년간 맞수 대결을 펼쳤다. 프로에서 출발은 동색이었다. 둘다 서울의 전신인 LG에서 발걸음을 뗐다. 서 감독은 1992년, 최 감독은 1994년 입단했다. 1999년 운명이 달라졌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1년간 뛴 서 감독은 친정팀이 아닌 수원에 둥지를 틀었다.
LG는 서 감독의 배신에 발끈했고, '이적 당시 국내에 돌아오면 원 소속 구단에 복귀한다는 조건을 위반했다'며 법적 소송에 들어갔다. 이적료 반환 소송을 냈다. 팬들은 서 감독의 유니폼을 불태우는 화형식까지 치렀다. 줄다리기는 길었다.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한 후인 2004년 대법원에서 결론이 내려졌다. 서울이 승소했다. 대법원은 서 감독에게 이자비용을 포함해 약 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 감독의 거취를 놓고 충돌한 서울과 수원은 앙숙 관계는 슈퍼매치의 도화선이었다.
최 감독은 서 감독의 전임인 윤성효 감독 시절 슈퍼매치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1무5패였다. 하지만 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흐름이 바뀌었다. 최 감독은 슈퍼매치에서 5승1무3패로 박빙 우세하다. 하지만 '5대1'이 물줄기를 또 바꿔놓았다.
최 감독은 "1대5라는 결과는 받아들일 수 없는 참담한 패배였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1대5로 지지않겠지만 5대1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강박 관념보다 준비한 시스템으로 경기 운영을 할 것"이라며 "복수심이 자칫 화를 부를 수 있다. 진지하게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다. 1~2가지 옵션을 갖고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 감독은 슈퍼매치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각오다. 전제조건은 평정심이다. 그는 "대승을 했다고 해서 젖어있지 않다. 이미 지나갔고, 추억이다. 이번에도 빈틈없이 준비해서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우리 선수들에게 1대5로 졌다면 어떻게 준비할 것이냐고 물어봤다. 정신적인 면에서 해이해 져 있지 않다. 우리의 경기를 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가져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은 슈퍼매치에서 유일하게 해트트릭을 기록한 박주영이 부활했다. 수원은 정신적인 지주 곽희주가 돌아왔다. 그라운드 곳곳의 전선은 더 선명해졌다. 순위 싸움도 정면충돌이다. 2위 수원의 승점은 29점이다. 지난달까지 10위였던 서울도 최근 상위권 다툼에 가세했다. 5위 서울의 승점은 26점이다. 두 팀의 승점 차는 3점에 불과하다. 사정권이다.
"난 슈퍼매치의 중심에 서 있다. 그래서 만감이 교차한다. 오히려 큰 경기 할 때가 다른 경기를 할 때보다 더 침착해지고 선명해 진다." "승패를 떠나서 팬들을 위해 좋은 경기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반드시 승점 3점을 가져오는 것이 우선이지 않다. (표정을 바꾼 후)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웃음)" 내용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전자는 서 감독, 후자는 최 감독의 말이다.
승부는 승부다. 슈퍼매치는 슈퍼매치다. 무승부는 무의미하다. 슈퍼매치는 승자 독식이다. 토요일 밤 상암벌은 흥분의 늪에 빠진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