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는 왼쪽이 왜 이래 많아졌노."
지난 16일 대구 두산전을 앞두고 삼성 류중일 감독이 한 말이다.
2013년 10월. 두산 유희관은 10승을 찍었다. 두산 입장에서는 의미있는 기록이었다. 윤석환 이후 무려 25년 만에 좌완 토종선발 10승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어깨충돌증후군으로 더스틴 니퍼트가 선발 로테이션에 빠져 있는 현 시점. 두산의 선발진을 보자.
외국인 선수 앤서니 스와잭을 제외하곤 모두 좌완 투수다.
3년 연속 10승을 조기 달성한 유희관. 11승2패, 평균 자책점 3.01을 기록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에이스다. 지난 27일 광주 KIA전에서 양현종과 선발 맞대결을 펼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FA로 롯데에서 데려온 장원준 역시 든든한 선발 자원이다. 7승4패, 평균 자책점 3.32를 기록하고 있는 장원준은 올 시즌 1경기를 제외하곤 모두 5이닝 이상씩을 꾸준히 던지며 안정감의 대명사로 꼽힌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허준혁도 있다. 최근 3경기에서 모두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패스트볼 구속이 140㎛가 되지 않지만, 슬라이더, 커브 뿐만 아니라 서클체인지업과 포크볼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타자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특히 그는 3경기 동안 무려 17⅔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양한 경험만 갖춰진다면 더욱 무서운 선발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다.
진야곱은 3승3패, 평균 자책점 5.69를 기록하고 있다. 성적만 놓고 보면 평범하다. 현 시점에서 니퍼트가 돌아올 경우 롱 릴리프로 보직을 변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야곱은 경기를 치를수록 성장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투구폼과 공의 구위가 매우 까다롭다. 특히 날카롭게 파고드는 슬라이더는 공략하기 힘드다. 제구력이 문제다. 하지만 경험을 더하면서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고 있다.
중간계투진에서도 왼손이 즐비하다. 베테랑 이현승이 중심을 잡고 있고, 이현호와 함덕주가 버티고 있다.
두산은 왼손 투수 가뭄에 시달려 왔다. FA로 풀린 장원준을 4년 84억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잡은 이유 중 하나다. 좌우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다.
유희관과 이현승을 제외하면 좌완 즉시전력감은 많지 않았다.
모두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불투명한 카드들이었다. 진야곱 이현호 함덕주는 미완의 대기였고, 허준혁은 1군 무대에 합류할 지도 불투명했다. 그러나 니퍼트와 노경은, 그리고 이현승 등이 부상으로 이탈한 사이 진야곱은 5선발 자리를 꿰찼고, 이현호와 함덕주는 필승계투조의 핵심이 됐다. 여기에 유네스키 마야가 잇단 부진 끝에 방출되자, 한용덕 이상훈 코치의 강력한 추천을 받은 허준혁마저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두산은 그동안 좌완 투수진의 보강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꾸준히 잠재력있는 좌완 신인들을 지명했고, FA와 외부 영입으로 좌완 투수진을 보충했다. 결국 올 시즌 동시 다발적으로 그들의 잠재력이 터지면서 두산은 더 이상 좌완 투수 걱정이 없어졌다. 미래가 더 밝은 모습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현 시점에서 두산은 좌우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4명의 좌완 선발진 때문이다. 우완 투수인 외국인 선수 스와잭과 니퍼트가 선발 로테이션에서 중요성이 더 커졌다. 2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