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넥슨과 같은 국내 대표 게임사들이 앞으로 더 이상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거나 서비스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모바일게임 중심으로 빠르게 변해가는 전 세계 게임시장의 분위기와 가까운 일본 게임시장의 몇 년간의 동향을 보면 아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의 패미통이 발간한 게임백서 2015에 따르면, 일본 게임시장의 규모는 11조원 규모로 그 중 스마트폰게임 시장은 6조5천억원 수준이다. 과거 콘솔게임 왕국이라 불렸던 일본이지만 이제 게임 규모의 절반 이상인 60%가 스마트폰게임에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콘솔게임은 11%가 감소했고 스마트폰게임 시장은 18%가 증가해 앞으로 격차는 조금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은 아직 온라인게임 규모가 모바일은 앞선다. 2014 대한민국게임백서에 의하면 2013년 국내의 온라인게임은 5조 3천억원, 모바일게임은 2조 4천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다만 온라인게임은 약 20%가 감소했고 모바일게임 시장은 190%가 증가했다. 국내 시장도 빠르게 모바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지표다.
한국과 일본 모두 기존 게임시장인 콘솔과 온라인게임의 비중이 매년 감소하고 있고 스마트폰게임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일본의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겅호의 퍼즐앤드래곤과 믹시의 몬스터스트라이크다. 겅호는 지난해 약 1조 6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중 90%가 퍼즐앤드래곤에서 나왔다. 믹시는 최근 일본 내에서 퍼즐앤드래곤을 제치며 1위에 올랐고, 글로벌 1조 게임을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 두 게임의 규모만 봐도 일본 시장에서 모바일게임이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과 규모는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 있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대표 게임은 '리니지'와 '피파온라인3'라고 할 수 있다. 리니지의 경우 분기별 600억~700억 수준의 매출을 기록 중이며, 피파온라인3의 경우는 정확한 수치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PC방 점유율과 상품 규모 등으로 미뤄 짐작하면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국내에서 주목할 부분은 넷마블게임즈가 지난 분기 처음으로 엔씨소프트의 매출을 뛰어넘었다는 사실이다. 넷마블게임즈는 과거 온라인게임 사업 부진에 과감하게 모바일 사업으로 집중하면서 약 2~3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 중이다. 때문에 모바일 비즈니스에서 넷마블게임즈가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성공적인 온라인게임 하나가 시장에 안착하면 리니지나 피파온라인3와 같이 오랜 기간 시장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세와 폭발력을 감안하면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온라인게임에 대한 장기적 비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해볼만하다.
유저들과 시장의 분위기 역시 빠르게 변하는 흐름에 갑론을박이다. 일본의 콘솔 시대를 이끌었던 회사들이 하나둘씩 기존 콘솔 게임이 아닌 모바일게임 출시를 준비하며 라인업 축소나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과거 N5로 불리며,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게임즈, 네오위즈게임즈, NHN엔터테인먼트 등이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해왔는데, 최근에는 그 수가 대폭 줄었다. 국내 시장을 이끌었던 MMORPG 개발사 역시 엑스엘게임즈, 블루홀스튜디오 등을 제외하면 이제 대형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개발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영화 연평해전 개봉 이후 애국심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와중에, 무조건 국내 게임을 아끼고 사랑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메이플스토리2, 리니지이터널, MXM, 문명 온라인, 애스커, 블레스 등 기대작들이 하반기에 등장할 예정인데 '무슨 게임을 베꼈네' '시대에 뒤떨어졌네' 등 과도한 색안경은 끼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현재 히어로즈오브더스톰과 관련된 기사나 뉴스에 유저들이 갑론을박 하고 있는 것도 성적과 관련된 수치의 영향으로 볼 수 있는데, 게임은 각각의 재미가 있고 게임성이 다른데 이를 단순히 점유율이나 성적이 나오지 않으니 '망했다' 혹은 '재미없다'라고 단정 짓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다.
충분히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고, 지금 일본의 1위 게임이 된 몬스터스트라이크 역시 출시 초기에는 큰 반응이 없었다가 몇 개월이 지난 이후에 꾸준히 점유율을 올려간 게임이다. 수백억원 이상 개발에 투입한 게임인 만큼 게임사들은 꾸준한 마케팅으로 유저들 확보에 나설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전히 국내에서 리그오브레전드가 재미있고 친구들과 즐길만한 독보적인 게임인 것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신작들은 이를 감안해 AOS와 경쟁하거나 차별화된 재미를 녹이거나 과거 유저들이 좋아했던 게임성을 강화해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를 준비한다. 개발자들도 리그오브레전드를 즐기고 있는 유저의 한 사람이며 시장의 분위기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이 쉽지 않다는 온라인게임 시장에 오래간만에 봄기운이 찾아들었다. 과도한 비판이나 독설보다는 게임사들이 고심 끝에 내놓은 신작들을 조금은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봐 줄 필요성도 느껴진다.
최호경 게임인사이트 기자 press@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