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재원은 올 시즌 주장이다.
사실 그에게 맞지 않는 옷이다. 오재원은 매번 "인내심을 기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선수단 전체를 통솔하고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 많이 참는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매우 강렬하다. 파이팅이 넘친다. 제스처도 크고 강하다. 상대팀에서 오해를 할 수도 있다. 실제 NC 에릭 해커와 극심한 신경전을 벌이며 벤치 클리어링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선을 넘진 않는다. 기본적으로 공수의 기량이 매우 탄탄하다.
벤치에서 그와 야구 얘기를 나눠보면 의외다. 그는 최근 "고교야구를 봤는데, 복합적인 생각이 들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한 경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후배 모습을 보니까, 잊고 있었던 열정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하지만 한편으로는 냉정함도 찾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프로는 아마와 달리 시즌이 매우 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함과 동시에 긴 시즌동안 냉정하게 페이스를 유지하겠다는 각오를 동시에 다졌다는 의미다.
그는 야구에 대해서 매우 진중하게 다가간다. 매우 강렬하면서도 열정적인 겉 모습과는 약간 다르다.
시즌 전 스프링 캠프에서 그는 "야구가 안 될때는 주장을 맡은 게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장이기 때문에 억지로 웃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만약 주장을 맡지 않았다면 방 안에서 머리가 깨지도록 고민만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개념발언'은 그동안 여러차례 있었다. 그는 글러브 토스 등 매우 화려한 플레이를 많이 한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서 항상 "운이 좋았다. 기본기가 더욱 중요하다. 이런 플레이를 따라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벌크업을 꾸준히 해왔다. 2년 전 77kg의 슬림한 몸매가 89kg이 됐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다 보면 몸무게가 제자리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오재원은 올해도 벌크업을 했다. 결실을 맺고 있다. 그의 한 시즌 최다홈런은 2013년 7개다. 하지만 올시즌 벌써 8개를 담장으로 넘겼다.
하지만 홈런 수치의 변화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항상 오재원은 벌크업의 목적에 대해 "라이트급이 아닌 미들급으로 붙고 싶었다"고 했다.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고 싶다는 의미가 짙게 포함돼 있다. 여기에 똑딱이 타자로서의 한계를 벗어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아무래도 타구의 거리가 짧으면 수비가 좁혀 들어오고, 결국 안타의 확률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갑작스러운 몸의 변화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오재원 역시 마찬가지다. 올 시즌 초반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무릎의 잔부상도 있다. 예전 슬림한 몸매였다면 피할 확률이 높았던 부작용이다.
때문에 시즌 초반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6월이 넘어가면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벌크업의 경우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용량을 넓히는 단계"라고 설명한다. 어떤 선수의 몸을 맥주잔으로 비유한다면, 500㏄를 채울 수 있는 잔을 벌크업을 통해 1000㏄로 용량을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확실히 풀 시즌을 치르는데 더육 여유가 있다. 게다가 1000㏄의 용량이 시즌을 치르는 도중 약간 줄어들어도, 많은 옵션이 생긴다. 순발력을 키우기 위해 용량을 줄이고 순발력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용량을 늘리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더욱 신경쓸 수도 있다.
오재원의 경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벌크업을 완성하기 직전의 단계라 할 수 있다. 그는 "그냥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야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확실히 그라운드에서 나오는 열정을 책임질 수 있는 지독한 프로의식이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