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의 의미는 남다르다. 각 포지션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에게만 수여되는 황금장갑. 자신의 포지션에서 자신이 최고라는 '품질보증'을 받는 상. 때문에 매우 의미깊다.
경쟁도 치열하다. 9, 10구단의 창단으로 기본적인 경쟁률 자체가 올라갔다. 전반기가 끝났다. 달콤한 올스타 브레이크를 끝냈다. 하지만 각각의 출발점은 다르다. 전반기 성적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궁금했다. 전반기 성적만으로 놓고 본 골든글러브와 그 후보. 누가 있을까.
▶투수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이다.
일단 전반기만 놓고 보면 3파전이다. 평균 자책점 1위 양현종이 눈에 띈다. 1.77의 자책점과 9승3패의 기록. 가장 위력적인 투구를 했다. 112이닝을 소화하면서 KIA의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다승 1위(12승)에 오른 유희관도 만만치 않다. 12승2패, 평균 자책점 3.28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 외국인 선수 피가로 역시 11승4패, 평균 자책점 3.11을 기록하고 있다. 세 선수는 모두 매 경기 기복이 심하지 않은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만약 시즌 끝날 때까지 양현종이 1점대 방어율, 유희관과 피가로가 20승을 넘어선다면. 경쟁은 점입가경이 된다.
▶포수 & 지명타자
완벽한 2파전이다. 두 명의 리그 최고의 포수는 올 시즌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다. 강민호는 72경기에 출전, 3할1푼2리, 24홈런, 6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양의지는 3할3푼6리, 16홈런, 59타점을 기록 중이다. 공격적 수치만 놓고 보면 백중세다. 양의지는 타율, 강민호는 장타력에서 앞서 있다. 게다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투수진을 영리하게 리딩한다는 것도 이들의 장점. 도루 저지율은 강민호(3할2푼8리)가 양의지(2할3푼3리)보다 앞서 있지만, 전체적인 포수의 수비능력도 백중세다. 포수는 체력소모가 극심한 포지션이다. 결국 여름철 체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명타자는 베테랑들의 활약상이 인상적이다. 이승엽과 이호준. 이승엽은 3할2푼3리, 15홈런, 57타점. 이호준은 3할1푼1리, 16홈런, 7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승엽은 역대 최초 400홈런을 달성했다는 임팩트도 있다. 하지만 지명타자에게 가장 중요한 클러치 능력은 이호준이 한 발 앞서 있다.
▶내야수
내야수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은 1루수다. 거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넥센 박병호는 전반기에만 30홈런을 달성했다. 4년 연속 30홈런을 달성했다. 역대 네번째 기록이다.
박병호는 3할4푼8리, 30홈런, 83타점을 기록 중이다. 무시무시한 페이스다. NC 테임즈도 빼놓을 수 없다. 3할6푼 86타점, 28홈런, 22도루를 기록 중이다. 용호상박이다. 여기에 김태균이 변수다. 박병호가 얼마나 많은 홈런과 타점을 올리느냐가 관건. 테임즈가 30-30을 달성하면 임팩트 싸움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2루수는 춘추전국시대다. 일단 박민우와 나바로가 앞서 있다. 3할1푼1리, 31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나바로의 경우 타율(2할6푼5리)는 떨어지지만, 홈런(26개) 개수가 압도적이다. 여기에 컨디션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는 정근우와 오재원도 후반기 황금장갑 경쟁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오재원은 2할9푼4리, 9홈런, 44타점, 정근우는 2할7푼8리, 12도루, 43타점을 기록 중이다.
유격수는 김재호가 가장 앞선다. 최강의 9번 타자. 3할3푼5리. 11개의 실책을 범하고 있지만, 가장 안정적인 수비력으로 평가받는다. 강정호의 공백을 잘 메우고 있는 김하성 역시 2할8푼3리, 13홈런, 52타점을 기록 중이다. 16개의 실책으로 수비력에 기복이 있는 게 흠이다. 김상수의 경우 2할8푼3리, 5홈런, 39타점의 견실한 경기력을 보였지만, 전반기 막판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3루수 부문은 일단 2파전이다. 김민성(3할2푼7리, 8홈런, 48타점)과 황재균(3할6리, 22홈런, 65타점)이 경쟁하고 있다. 변수는 최 정이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복귀하면서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2할7푼1리, 10홈런, 33타점을 기록 중이다.
▶외야
좋은 외야수들은 즐비하다. 하지만 골든글러브는 단 세 자리 뿐이다.
일단 유한준이 눈에 띈다. 3할7푼2리. 타격 1위다. 18홈런, 64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용규 역시 훌륭하다. 3할4푼2리, 21도루. 한화 공격의 선봉장이자, 수비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뽐낸다. 최형우(3할3푼1리, 23홈런, 74타점)와 김현수(3할2푼3리, 15홈런, 57타점), 그리고 민병헌(3할2푼1리, 8홈런, 41타점)은 여전한 기량. 여기에 김종호(3할2푼, 30도루)와 나성범(3할8리, 16홈런, 71타점) 역시 골든글러브 후보로 손색이 없다. 결국 후반기, 어떤 선수가 좀 더 임팩트를 주느냐에 따라 황금장갑의 주인공은 바뀔 가능성이 높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