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는 악재가 가득하다. 지난 시즌 챔프전의 잇단 '해프닝'. 결국 강행한 외국인 선수 쿼터제 확대. 한 고비는 넘겼지만, '전창진 감독 논란'이 비 시즌을 지배했다. 대표팀에 대한 실망스러운 지원까지.
한편에서는 '이런 상태에서 시즌을 할 필요가 있나'라는 회의론까지 나온다. 물론 과도한 얘기지만, 현 상황에서 충분하 나올 수 있다. 그래도 프로농구는 계속 되고 있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 아웃이 마감됐다. 4라운드부터 2명의 출전한다. 때문에 외국인 선수의 비중은 더욱 확대됐다. 여기에 변수가 있다. 1m93 이하 단신 외국인 선수 1명이 포함되면서 변수는 걷잡을 수 없이 많아졌다. 그 선수의 기량이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또 하나, 기존 선수들과 결합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시너지 효과, 혹은 악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 팀의 오롯한 전력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외국인 선수는 뚜껑을 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최대치의 예상은 현 시점에서 꼭 필요하다. 그래서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와 팀 전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을 준비했다. 1탄삼성에 이은 시리즈 2탄은 입증된 센터 데이비드 사이먼과 레바논리그 득점왕 출신 슈팅가드 드와릭 스펜서를 지명한 SK. 올 시즌 대대적인 개편을 한 팀이라 이들의 시너지 효과가 어떻게 날 지 더욱 흥미롭다.
*지명내용
1순위=데이비드 사이먼(2m3·센터) 2순위=드와릭 스펜서(1m87·슈팅가드)
▶그들은 누구인가
데이비드 사이먼은 입증된 선수다. 라틀리프와 더불어 지난 시즌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정통센터다. 2m3의 큰 키와 안정적인 미드 레인지 점프슛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팀 동료를 활용하는 능력도 매우 우수하다. 일단 패스를 받는 능력은 초 특급이고, 패스를 하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지난 시즌 김주성 윤호영과 함께 골밑에서 절묘한 패스게임으로 하이라이트 필름을 많이 만들어냈다. 그만큼 농구 아이큐가 매우 좋다는 의미다. 여기에 준수한 리바운드 능력과 함께 골밑 수비의 존재감도 상당한 편이다. 항상 안정적인 경기력을 유지하고, 한국농구에 대한 적응이 끝났다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약점이 존재한다. 느린 순발력이다. 정통센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리 빠르지 않다. 즉, 수비범위가 넓지 않은 편이다. 좁다고 말하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이다. 때문에 골밑 포스트 업 수비는 괜찮지만, 상대 컷-인 상황에서 림을 지키는 능력은 다소 떨어진다. 상대가 빠른 트랜지션을 펼치는 팀이라면 더욱 고전하는 경향이 있다. 체력적인 약점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준수한 센터.
SK 측은 "지난 시즌 항상 동부에 밀리는 경기를 했다. 사이먼이 심스에게는 힘에서, 헤인지에게는 높이에서 우위를 보이는 영리한 플레이를 했다"며 "라틀리프 다음으로 뽑을 만한 선수로 점찍고 있었다"고 만족해 했다.
SK가 2순위 드와릭 스펜서를 영입한 이유는 명확하다. 약점인 슈팅가드 포지션을 메우기 위해서다.(변기훈은 내년 1월 돌아오지만, 그때까지 SK는 마땅한 슈팅 가드가 없다.) 그는 3점슛이 매우 정교하다. 통산 40%에 근접한 3점슛 성공률을 보유하고 있다. 뛰어난 외곽 슛을 바탕으로 한 득점력이 폭발적이다.
CBA와 이란 리그를 거쳐 지난 시즌 레바논에서 맹활약한 그는 평균 31.1득점으로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좋은 스피드를 지녔고, 볼 핸들링도 수준급이다. SK 측에서는 "다운사이즈 스테판 커리라는 얘기도 있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작은 신장은 약점이다. 언더 사이즈 빅맨과 매치업이 될 경우 1대1 수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팀 수비의 경우도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진 못하고 있다.
▶팀 약점 & 포지션 중복은?
겉으로 보기엔 사이먼의 영입은 약간의 포지션 중복이 깔려있는 것 같다. 하지만, 세밀하게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SK는 이승준과 이동준을 데려왔다. 기존의 김민수도 있다.
이승준과 이동준의 명암은 명확하다. 이들의 장점은 1대1 공격에서 상대팀이 쉽게 막지 못한다는 점. 하지만 수비 능력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몇 년동안 제자리 걸음이다. 1대1 대인방어 뿐만 아니라, 팀 디펜스 역시 마찬가지다.
때문에 SK 최부경이 빠진 자리에 이들을 데려왔을 때 우려섞인 목소리가 많았다. 김민수의 경우 지난 시즌 수비력에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팀 디펜스의 중심이 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사이먼의 영입은 SK의 공수에 많은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골밑에서 사이먼이 중심을 잡아줄 경우 운동능력이 수준급인 나머지 이승준 이동준 김민수가 좀 더 폭넓은 수비를 가져갈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은 모두 미드 레인지 점프슛이 정교하다. 때문에 공격에서 사이먼의 패스를 효율적으로 받아먹을 수 있다. 물론 그런 조직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이먼의 영입이 SK 골밑 포지션의 중복은 아니다. 오히려 SK 입장에서는 고질적인 약점이 될 수 있는 수비의 중심을 잡았다는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스펜서의 경우 SK이 약점인 슈팅가드 포지션을 보강했다는 의미가 있다. 때문에 공격에서 매우 흥미로울 수 있다. 중거리 슛 능력에 문제가 있는 김선형이 내외곽을 휘젓고 그 패스를 스펜서가 효율적으로 처리한다면 상대 외곽 수비는 매우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비에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김선형 역시 수비력이 매우 약한 편이다. 여기에 스펜서가 가세한다면, SK이 외곽 수비는 팀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불안요소가 된다.
외곽이 쉽게 뚫릴 경우, 사이먼의 좁은 수비폭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승준 이동준 김민수 등의 디펜스 센스가 그리 좋지 않다. 때문에 순간적인 수비 커버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사이먼의 느린 스피드가 골밑 수비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공격농구냐 수비농구냐
사이먼과 스펜서가 가세하면서 SK의 약점은 많이 메워졌다. 공격에서는 매우 매력적이다.
김선형의 돌파와 스펜서의 외곽슛이 결합된 가드진. 그리고 사이먼의 묵직한 골밑 공격과 이승준 이동준 김민수 등이 휘저을 수 있는 내외곽. 즉, SK 선수 개개인을 볼 때 1대1로 막기가 매우 쉽지 않은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여전히 수비는 불안한 요소로 남아 있다. 위에서 지적했듯이 외곽의 수비는 매우 약할 가능성이 높고, 골밑에서도 약점이 노출된다.
수비에서는 한계가 보인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개개인의 수비력 자체가 약한데다, 팀 디펜스에 대한 센스가 좋은 선수도 별로 없다.
따라서 경기 플랜 자체를 어설픈 수비농구로 가져갈 경우, 오히려 예전 2000년대 중반 '모래알 조직력'의 대명사였던 SK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즉, SK의 경우 올 시즌 팀 컬러를 확실히 잡고 갈 필요가 있다. 강한 트랜지션을 바탕으로 한 공격농구로 방향을 설정한다면, 상대 역시 매우 힘들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강한 공격 조직력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생긴다.
지난 시즌까지 SK는 좋은 공격자원을 보유했지만, 실전에서 수비적 운영으로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좌절했다. 이 부분은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