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는 악재가 가득하다. 지난 시즌 챔프전의 잇단 '해프닝'. 결국 강행한 외국인 선수 쿼터제 확대. 한 고비는 넘겼지만, '전창진 감독 논란'이 비 시즌을 지배했다. 대표팀에 대한 실망스러운 지원까지.
한편에서는 '이런 상태에서 시즌을 할 필요가 있나'라는 회의론까지 나온다. 물론 과도한 얘기지만, 현 상황에서 충분하 나올 수 있다. 그래도 프로농구는 계속 되고 있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 아웃이 마감됐다. 4라운드부터 2명의 출전한다. 때문에 외국인 선수의 비중은 더욱 확대됐다. 여기에 변수가 있다. 1m93 이하 단신 외국인 선수 1명이 포함되면서 변수는 걷잡을 수 없이 많아졌다. 그 선수의 기량이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또 하나, 기존 선수들과 결합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시너지 효과, 혹은 악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 팀의 오롯한 전력이 나올 수 있다.
물론 외국인 선수는 뚜껑을 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최대치의 예상은 현 시점에서 꼭 필요하다. 그래서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와 팀 전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을 준비했다. 1탄 삼성, 2탄 SK에 이은 3탄은 전자랜드다. 인천 팬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리카르도 포웰 대신 안드레 스미스를 1라운드 3순위로 지명됐다. 올 시즌 가장 뛰어난 멀티 플레이어라고 평가받는 선수. 하지만 여전히 빛과 그림자는 존재한다.
*지명내용
1순위=안드레 스미스(1m98·스몰포워드/파워포워드) 2순위=알파 반구라(1m91·슈팅가드)
▶그들은 누구인가
안드레 스미스는 매우 유능한 선수다. 노스 다코다대를 러시아, 이탈리아, 터키리그 등 유럽에서 인정받는 엘리트 포워드다. 그의 활약상을 담은 하이라이트 필름도 '유투브'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일단 가장 강렬한 부분이 있다. 전천후 공격력이다. 좀 더 세밀하게 말하면, 페이스업(골밑을 본 상태, 즉 수비수의 얼굴을 마주한 상황의 1대1 공격)과 포스트업(골대를 등지고, 즉 수비수를 등진 상태에서 1대1 공격)이 자유자재다. 이 부분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이런 유형의 선수는 거의 없었다. 예를 들어 공격 기술만큼은 최고로 평가받은 피트 마이클은 페이스 업은 능했지만, 가드였기 때문에 포스트업 기술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지난 시즌 불미스러운 일로 퇴출당한 데이본 제퍼슨의 경우도 포스트 업의 효율성은 떨어졌다. 하지만 스미스는 이 두 가지가 모두 훌륭한 선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기본적인 스텝 센스가 타고났다. 좌우 스핀무브와 풋워크 기술이 최고 수준인데다, 파워도 갖추고 있다. 파워에 대해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공을 끌고 들어간 상태에서 바디 컨택트가 매우 좋다. 흡사 예전 제퍼슨이 골밑에서 한번 부딪친 뒤 바디 컨트롤을 이용해 더블 클러치를 넣는 것고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세부적인 기술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외곽의 1대1, 골밑의 자리잡는 과정을 자유자재로 변환시킨다. 당연히 득점루트가 다양하고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 3점슛도 정확한 편이다. 여기에 빈 자리를 찾아들어가는 볼 없는 움직임도 익숙한 선수다. 결국 언제 어디에서 득점이 나올 지 모르는, 상대팀에서 1대1로 막기에는 정말 쉽지 않은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
몸을 이용한 수비 역시 괜찮은 편이다. 때문에 전자랜드의 스페이싱을 적극 활용하는 농구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기량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1월 무릎 부상의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 그렇게 좋지 않은 운동능력이 더 떨어진다면 그의 화려한 기술도 위력이 반감될 수 있다.
2순위 알파 반구라는 중동에서 주로 활약했다. 카타르와 이집트 리그를 거쳐 KBL에 입성했다. 현장에서 다소 의외의 선택이었다고 평가받는 선수.
일단 돌파력은 최상급이다. 좋은 순발력과 감각을 지니고 있고, 경험도 풍부하다. 하지만 3점슛 성공률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게다가 노련한 움직임을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체력과 에너지 넘치는 활동량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팀 약점 & 포지션 중복은?
전자랜드는 리카르도 포웰과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외국인 선수를 프랜차이즈 스타로 만들지 못하는 KBL 시스템의 한계 때문이다. 물론 전자랜드는 포웰을 뽑을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이별은 예고돼 있었다. 지난 시즌 전자랜드는 플레이오프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4강에 올랐지만, 전력 자체는 불안정하다. 확실한 센터 자원이 없기 때문에 골밑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때문에 골밑 수비가 부족하고, 외곽 플레이에 중점을 두는 포웰의 경우 전자랜드 입장에서 냉정하게 말하면 2% 부족한 외국인 선수였다.
결국 스미스를 택했다. 하지만 스미스 역시 센터가 아니다. 오히려 포웰의 업그레이드 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골밑에서 버티는 파워를 가지고 있는 선수다. 하지만 완벽한 골밑 수비나 골밑 장악력을 기대할 순 없다.
국내 유일의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를 다루는 블로그 '용병닷컴'을 운용하는 정지욱 기자는 스미스의 약점을 평가하면서 '스미스는 그동안 골밑을 사수하는 센터와 함께 뛰었다. 하지만 전자랜드에서는 홀로 골밑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필자도 이 평가에 100% 동감한다. 내외곽이 뛰어난 포워드형 외국인 선수를 메인으로 내세울 경우 항상 딜레마가 존재한다. 스미스의 경우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전자랜드의 스페이싱 농구에는 최적화된 카드지만, 수비에서 골밑을 홀로 사수해야 한다면 얘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체력적인 부담감과 정신적인 혼란함이 겹칠 수 있다. 여기에 1월 무릎 부상의 여파에 대한 부작용까지 겹치면 더욱 힘들 수 있다.
스미스에 대한 빛과 그림자다. 결국 실전에서 전자랜드가 스미스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주태수 이현호 등 강한 수비력을 지닌 골밑 요원들이 스미스의 수비부담을 줄여줘야만 전자랜드는 좀 더 강한 전력을 갖출 수 있다.
반구라에 대해 전자랜드의 평가는 매우 좋다. 특히 인성과 리더십을 눈여겨 봤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애가 6명인 대가족의 가장이다. 팀동료들과의 좋은 호흡과 리더십을 갖춘 선수"라고 했다. 전자랜드는 정영삼이 구심점이지만, 강인한 리더십은 부족한 편이다. 이현호가 있지만, 코트에 뛰는 시간이 많지 않다. 때문에 반구라가 20분 정도 리더 역할을 제대로 해준다면 충분히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 수비가 그리 뛰어나지 않은 반구라다. 하지만 전자랜드 외곽은 근성과 조직력을 동시에 갖춘 수비 라인이다. 결국 반구라의 약점을 전자랜드 특유의 조직적 움직임으로 커버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가지고 있는 많지 않은 활동량이다. 활동량이 떨어지면, 전자랜드 팀 컬러에 적응할 폭이 좁아지는 셈이다.
▶공간싸움이 관건이다.
전자랜드는 어차피 골밑에서 열세일 가능성이 많다. 포워드형 외국인 선수 스미스가 메인 외국인 선수일 경우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특유의 스페이싱 게임이 있다. 많은 활동량과 조직적 움직임으로 이런 약점을 커버한다. 지난 시즌 4강에 진출했기 때문에 이런 유기적인 플레이는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스미스와 반구라가 전자랜드 특유의 팀컬러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팀 성적은 갈릴 수 있다. 여기에는 롤 플레이어들의 활약도 중요하다. 지난 시즌 부상 여파로 제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주태수의 수비력이 어떻게 부활하느냐가 핵심 중 하나다. 주태수가 골밑에서 제대로 버텨준다면, 스미스의 공격력은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여전히 갈림길에 있는 전자랜드다. 더욱 매력적인 농구를 펼칠 수도 있지만,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도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