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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징크스 양현종, 지금부터 진짜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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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양현종이 등판하는데, 하루 쉬고 싶네요."

한 중상위권 팀의 왼손 타자가 "타율 관리를 하고 싶다"며 던진 농담이다. KIA 타이거즈의 좌완 에이스 양현종(27)이 등판할 때면 상대팀 타자 다수가 비슷한 생각을 할 것 같다. 할 수만 있다면 피해가고 싶다고.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운 KBO리그 대표 에이스. 올해 양현종이 그렇다. 지난 3월 28일 LG 트윈스와 치른 개막전부터 지난 23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19경기에 등판해 10승3패-평균자책점 1.83.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22명 중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다. 강력한 외국인 투수들과 비교해봐도 단연 돋보인다. 지난 6월 4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9이닝 1안타 완봉승을 거뒀고, 시즌 피안타율이 2할2푼2리다. 올해 양현종은 안타를 가장 뽑기 어려운 투수다.

기록을 조금 더 살펴보자. 1999년 임창용부터 지난해 릭 밴덴헐크(현 소프트뱅크 호크스)까지 16년 간 1점대 평균자책점 1위는 2010년 류현진(LA 다저스)이 유일했다. '2015년 양현종'이 '2010년 류현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투수 최다승(16승8패)을 거뒀는데 평균자책점이 4.25나 됐다. 아무리 '타고투저'가 극심했다고 해도 만족스럽지 못한 수치다. 4점대 평균자책점을 올해 1점대로 확 끌어내렸다. 제구력이 살짝 흔들릴 때가 있지만 양현종은 위기에서 더 강한 집중력을 뿜어내는 승부사다. 볼끝좋은 시속 140km 중후반의 패스트볼을 씩씩하게 꽂아넣는다.

그런데 양현종은 매년 전반기에 펄펄 날다가 후반기에 체력과 구위가 떨어져 고전했다. 올해는 '후반기 징크스'를 털어낼 수 있을까. 우선 여름 혹서기를 잘 넘겨야 할 것 같다.

지난 4일 kt 위즈전에 선발로 나선 1⅔이닝 2실점 후 조기강판. 어깨 피로 누적으로 2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다음날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양현종은 12일 만인 지난 16일 LG와의 전반기 최종전에 출전했다. 관심을 모았던 이 경기에서 5⅔이닝 동안 3안타, 1실점했다. 걱정을 날린 호투였으나 4사구가 5개나 됐다. 지난 23일 삼성전 때는 100개가 넘는 공을 던져 6이닝 2실점 호투를 했다. 1군 복귀 후 치른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다.

올 3~6월 치른 16경기에서 8승2패-평균자책점 1.63, 7월 이후 3경기에서 2승1패-평균자책점 3.46. kt전 조기 강판의 영향이 컸지만, 어쨌든 전반기에 비해 최근 3경기 기록이 떨어진다.

지난해에는 6월까지 9승4패-3.67을 기록하다가, 7월 이후에 7승4패-5.00으로 추락했다. 2013년에도 비슷했다. 6월까지 9승1패-2.30 특급 피칭을 이어가다가 부상에 덜미를 잡혔다. 그해 양현종은 후반기 5경기에 나서 2패-5.96에 그쳤다. 화려했던 전반기와 극명하게 대조가 됐던 시즌이었다. 지난 몇년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

양현종은 시즌 후반까지 지속적인 활약을 위해 전지훈련 일정까지 따로 가져갔다. 오키나와 전지훈련 기간에 피칭 보다 휴식, 빡빡한 전체 일정을 따라가지 않고 체력훈련에 집중했다. 잘 쉬는데 포인트가 맞춰졌다.

그는 "시즌 후반까지 잘 하고 싶어 선택한 결정이다"고 했다. 페이스를 서서히 끌어올린 양현종은 전반기에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이제 후반기에도 최고 구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차례다.

지난 23일 후반기 첫 경기에 등판한 양현종은 29일 SK 와이번스전에 선발로 나선다. 팀 선발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는 가운데 5일 휴식 후 등판한다.

양현종의 진짜 시즌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양현종 전-후반기 성적 비교

2015년=3~6월 16경기 8승2패 1.63=7월 이후 3경기 2승1패 3.46

2014년=3~6월 15경기 9승4패 3.67=7월 이후 14경기 7승4패 5.00

2013년=3~6월 14경기 9승1패 2.30=7월 이후 5경기 2패 5.96

2012년=-=7월 이후 14경기 1패 6.06

2011년=3~6월 14경기 6승5패 5.10=7월 이후 14경기 1승4패 7.90

2010년=3~6월 15경기 10승2패 3.15=7월 이후 15경기 6승6패 5.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