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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안컵 한-중-일 삼국지의 미래를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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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동아시안컵이 중국 우한에서 막을 올렸다.

개최국 중국과 북한은 최정예 멤버로 출격했고, 유럽파가 주축인 한국과 일본은 정면 충돌에서 한 발짝 비켜섰다. 첫 판에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슈틸리케호가 훨훨 날았다. 대한민국은 최근 중국과의 두 차례 대결에서 1무1패였다. 공한증도 사라지는 듯 했다. 그 열기가 다시 적지에서 되살아났다. 공한증은 유효했다. 슈틸리케호가 2일 중국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개최국 중국과의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2대0으로 완승했다. 북한도 이날 일본을 맞아 2대1로 역전승했다. '한반도의 날'이었다.

그런데 시기가 묘하다. 특수 환경인 북한을 제외하고 한-중-일 '축구 삼국지'의 균형에 금이 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동아시아 패권 싸움에서 중국이 거대 자본을 앞세워 추격하는 형국이다.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월드컵 출전, 개최, 우승 '3대 과제'를 목표로 내걸었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프로축구팀 육성도 포함시켰다. 프로리그는 이미 첫 열매를 맺었다. 2013년 광저우 헝다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를 제패했다.

중국 프로구단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 굴기(일으켜 세움)' 정책을 앞세워 '쩐의 전쟁'을 펼치고 있다. 선두 주자 광저우 헝다의 1년 운영비는 1000억원이 넘는다. 베이징 궈안, 상하이 선화, 상하이 둥야, 산둥 루넝 등의 연간 예산도 800억원을 초과했다. 그 외 구단의 운영비도 500억원 안팎이다. '돈의 힘'이 무섭다. 세계적인 명장과 선수들이 속속 중국 무대에 입장하고 있다. 중국 선수들의 눈높이가 상승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중국은 해외파가 사실상 전무하다. 자본이 국내 시장에 있는 데 굳이 눈을 해외로 돌릴 필요가 없다. 동아시안컵에서 최종엔트리 23명 모두 국내파로 구성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전 알제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일본도 23명 전원이 국내파다. 한국은 무늬가 다르지만 K리거가 절대 다수다. 23명 가운데 15명이 K리거, 5명이 J리거, 3명이 중국에서 뛰는 선수들로 진용이 꾸려졌다.

동아시안컵에선 K리그와 J리그 그리고 중국 슈퍼리그의 자존심이 걸렸다. 첫 판에서는 중국 슈퍼리그와 J리그가 눈물을 흘렸다. K리그는 역시 아시아의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갈 길도 남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중-일 '축구 삼국지'의 미래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가까운 미래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이다.

동아시안컵을 통해 그 구도도 점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은 이미 막을 올렸다. 한-중-일은 무난히 최종예선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데 최종예선 방식이 달라졌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최종예선은 10개팀이 두 개조로 나뉘었다. 이번에는 12개팀이 6개팀씩 2개조로 나뉘어 최종예선을 벌인다. 경기 수가 늘어났고, 변수도 많아졌다. 각 조 1, 2위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각 조 3위 팀끼리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나서 승자가 북중미카리브 예선 4위와 대륙별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그동안 월드컵 본선행은 '한국, 일본, 호주 + 중동 1개팀', 구도였다. 중국 축구가 만에 하나 반전에 성공할 경우 월드컵 본선은 더 험난해 질 수 있다.

동아시안컵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대회다. 최정예냐, 아니냐를 떠나 결과는 팀의 사기와 직결된다. 과연 어느 팀이 최후에 웃을까. 그 전쟁이 막을 올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