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스포츠를 향한 끊임없는 변신.'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열풍이 국내외에서 여전하다. PC방 게임전문 리서치사인 게임트릭스 자료 기준으로 온라인게임 점유율에서 무려 157주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벌써 3년째를 맞고 있지만, 숱한 라이벌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점유율 40%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로 진행되는 e스포츠 대회는 매해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성지라 할 수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지난해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는 4만여명의 유료관중이 입장하면서 국내외 매체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기존 스포츠를 뛰어넘는 콘텐츠로 확실히 자리매김 하고 있다.
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강점은 선두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노력에 있다. 인기를 모으고 있는 타 스포츠의 장점을 지속적으로 벤치마킹 하고, 이를 게임에 적용해 유저들에게 비교의 재미를 주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스포츠 팬들도 '리그 오브 레전드'에 관심을 가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고 있다.
'LoL'이 정규 스포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에 올라섬에 따라 이와 관련해 스포츠와 비교하는 개념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세계 최고 선수들의 대항전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은 월드컵에 빗대어 '롤드컵'으로 불리고, 'LoL'의 국내리그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는 유럽의 축구 클럽 대항전인 챔피언스 리그에 비유해 '롤챔스'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라이엇게임즈가 국내리그에 도입한 '캐리 레이팅'(Carry Rating)이 새로운 스포츠화의 지표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통계치가 중요한 스포츠의 특성을 잘 차용한 것이다.
캐리 레이팅은 지금까지 선수들의 활약상을 평가해온 대표적인 지표인 'KDA'와 '킬 기여도'에 더해 새롭게 추가되는 요소다. 선수의 개별 포지션별 역할과 실제 실력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포지션마다 상이한 기준을 적용해 평가한다. 이 지표들은 축구에서의 여러 포지션과도 비교되며 플레이어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포지션 별로 살펴보면, 상단 공격로를 맡는 '탑'(Top) 포지션의 활약 정도는 적 챔피언에 가한 피해와 적 챔피언으로부터 받은 피해를 통합해 계산한 '분당통합데미지'로 평가된다.
이는 상단 공격로의 포지션이 상대팀 주요 공격수들의 공격을 받아내는 수비적인 역할은 물론 끈질긴 생명력을 바탕으로 적에게 피해를 입히는 위치임을 감안한 것이다. 상대의 공세를 받아내면서 공격의 물꼬를 튼다는 점에서 축구의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과 비교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상대의 공격을 가장 앞선에서 막아내는 수비형 미드필더이면서도 지난 시즌 8골을 기록해 물오른 득점력까지 과시한 스완지시티의 기성용과 비견된다. 현재 'LoL'에서 국내 최고의 탑 플레이어는 SK텔레콤 T1의 '마린' 장경환이다. 장경환은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마오카이' 챔피언 선택시 불패의 신화를 이어오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갑작스럽게 등장해 상대에게 기습을 가하는데 주력하는 '정글러' 포지션은 '킬 기여도'가 캐리 레이팅의 기준이 된다. 공격로 사이를 돌아다니며 적진에 수시로 출몰해 상대를 교란시킨다는 점에서 축구의 윙 포지션에 빗댈 수 있다. '산소탱크'라는 별명답게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며 엄청난 활동량으로 유명했던 전 축구 국가대표 주장 박지성이 연상되는 자리로, 진에어의 '체이서' 이상현이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근 기동력을 앞세운 플레이를 바탕으로 소속팀 진에어 그린윙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상당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상대방을 공격해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역할을 수행하는 '미드'(중단 공격로)와 '원거리 딜러'(하단 공격로)는 동일하게 적 챔피언에게 가한 분당 피해량인 '분당데미지'로 평가된다. 축구로 따지면 최전방 스트라이커와 쉐도우 스트라이커에 비유할 수 있다.
현재는 CJ엔투스의 '코코' 신진영과 SKT T1의 '페이커' 이상혁이 '미드' 포지션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다. 신진영은 CJ엔투스의 연승가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롤드컵 진출의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자타공인 세계 최고 이상혁도 이에 못지않다. 캐리 레이팅 순위에선 신진영에 근소한 점수차로 밀리고 있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그의 존재감은 항상 팀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원거리 딜러'에는 CJ엔투스 선호산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침착하고 냉철하게 상대의 주요 타깃을 잡아내는 플레이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원거리 딜러'를 가까운 곳에서 돕는 '서포터' 포지션에는 '게임당 어시스트'라는 지표가 적용됐다. 실점을 막고 공격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수비수 포지션에 비유되기도 한다. 캐리 레이팅 랭킹 1위를 달리는 선수는 SKT T1의 '울프' 이재완이다. 이재완은 수비적인 포지션인 서포터에 걸맞지 않게 적진을 누비며 전세를 역전시키는 결정적인 플레이를 자주 연출하고 있다. 수비수이면서 공격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던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전 국가대표 감독을 연상시키는 모습이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