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세상에 나온 K리그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과 동행했다.
20년 전에는 수원 삼성이 있었다. 1995년 탄생한 수원은 K리그를 한 단계 더 도약시켰다. 1996년 첫 발을 내디딘 이후 무늬만 프로인 K리그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프로축구단에 유럽식 운영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본격적인 서포터스 문화도 세상에 나왔다. 1998년과 1999년 2년 연속 리그를 제패하며 훨훨 날았다. K리그의 교과서였다.
2004년 연고지를 수도 서울로 옮긴 FC서울도 새물결이었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운 뜨거운 흥행몰이는 단연 눈길을 사로잡았다.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축구장은 거대한 놀이터로 변신했다. 성적도 열매를 맺었다. 2010년 10년 만의 K리그 우승으로 춤을 췄다. 2012년에는 '10년 주기 우승'을 허물고 다시 한번 왕좌에 올랐다. K리그 최고의 클럽으로 우뚝섰다.
시간이 흘렀다. 고인 물은 살아남을 수 없다. 시대는 또 다른 주인공을 요구했고, 대세는 바뀌었다. 2015년 K리그는 녹색 유니폼이 유난히 빛나고 있다. 전북 현대가 리딩 클럽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전북은 1994년 창단됐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200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2009년 K리그 우승은 또 다른 변곡점이었다. 모기업 현대자동차도 축구에 눈을 떴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공식 파트너인 현대차는 공격적인 스포츠마케팅의 대표적 기업이다. 하지만 K리그 투자에는 다소 인색했다.
K리그 우승으로 인식이 바뀌었고, 구단도 모기업과의 '상생 모델'을 구축했다. 현대차의 얼굴로 지구촌을 누볐다. 2011년부터 4년간 현대차의 신흥 마켓인 브라질에서 전지훈련을 펼쳤다. 30시간에 가까운 비행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상생을 위해 몸을 내던졌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신흥시장에서 현대차의 점유율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데 전북이 일정부분 공헌했다는 결과물이 나오면서 '상생 모델'은 더 탄력을 받았다.
첫 단추를 꿰자 시즌 중에도 장거리 원정을 마다하지 않았다. 올림피크 리옹과의 친선전을 위해 프랑스 현지로 날아가 유럽에 현대차를 알렸다. 2013년 12월에는 베이징 궈안과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중국 시장까지 발을 넓혔다.
현대차도 화답했다.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전북 봉동의 낡은 현대차 사원 아파트에 세들어 살던 전북 선수단은 아시아 최고 수준의 클럽하우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선수들의 훈련과 숙식, 재활 및 치료, 여가까지 모든 것이 한 곳에서 가능한 '원 스톱 시스템(One stop System)' 시대가 열렸다. 맨유, 레알 마드리드 등 유럽 리그의 명문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이 뿐이 아니다. K리그는 최근 몇 년간 투자 위축으로 시장이 얼어 붙었다. 전북은 달랐다.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선 돈을 아끼지 않았다. 구단의 100년 대계를 위해 유소년 시스템도 강화했다.
전북이 걸어온 길이다. '절대 1강'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눈물젖은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느덧 투자와 성과, 재투자라는 '선순환 구조'도 자리잡았다. 자고로 되는 집안은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반응도 뜨겁다. 올 시즌 이미 두 차례나 3만 관중을 넘었고, 원정경기 팬 숫자도 수배 증가했다.
잘 나가는 전북이 또 하나의 이정표를 마련했다. 최근 50페이지 분량의 의미있는 소책자를 발간했다. '전북 현대 모터스 축구단과 현대자동차의 융합', 10년 간의 땀을 담은 해외 마케팅 사례를 책으로 내놓았다. 어제의 교훈으로 더 나아질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사례집을 발행했다는 것이 전북의 설명이다. 전북이 그리는 내일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지향한다고 했다.
K리그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하향평준화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에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북은 다른 세상의 팀이다. 2011년, 2014년 K리그 우승으로 전북은 더 높게 날고 있다. 올 시즌도 K리그에서 '유아독존'이다.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ACL에서도 8강에 올라 K리그 팀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했다.
'국내를 평정한 전북의 시선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기 시작했다.' 책자의 서두에 나온 전북의 출사표다. 물론 자만하고 정체되면 다시 도태된다는 냉정한 현실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K리그를 위해 전북의 내일이 더 탄력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하나, 전북을 넘을 또 다른 팀이 출현하기를 학수고대한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