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꼭 저 선배님들처럼 되자."
한화 이글스의 2015시즌은 격변의 시기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나서 구단 운영부터 선수들의 훈련 방식까지 모든 면이 달라졌다. 팀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김 감독의 의지는 강력했다. 베테랑 선수들 뿐만 아니라 신예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부여하며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그러면서 '성적'까지 노리고 있다. 전반기를 힘겹게 5위로 버텨낸 만큼 후반기 역시 현상 유지 혹은 그 이상의 성적을 내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이런 투지는 감독 뿐만 아니라 선수단 전체에도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간판 선수들의 부상등으로 기회를 얻게된 신예들의 결의는 더 강력하다. 체력은 이미 방전 직전이지만, 여전히 "할 수 있다. 더 잘 해내겠다"는 다짐을 쏟아낸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들이 바로 스물 셋 동갑내기 강경학-주현상이다. 가장 힘겨운 시기에 서로를 의지하면서 미래를 꿈꾸는 친구들이다.
현재 한화 라인업에서는 이 두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내야의 중요 포지션과 더불어 타순에서도 나란히 9번-1번으로 이어져 있다. 강경학은 이용규가 빠진 리드오프 자리를 맡으며 유격수와 2루수를 전천후로 오가고 있다. 주현상 역시 주전 3루수이자 8, 9번 타순으로 나선다. 주현상이 9번 타자로 나가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동갑내기 '강-주 듀오'가 형성된다. 결국 이들의 활약에 따라 한화의 경기 분위기도 좌우될 때가 적지 않다.
특히 두 선수가 나란히 9번-1번으로 나서는 장면은 눈여겨 볼 만 하다. 1번 타자의 중요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데 반해, 9번 타자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 9번 타자가 또 다른 리드오프의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전략적으로 9번 타순에 출루율이 높은 타자를 투입해 '숨겨진 1번'의 역할을 기대하는 라인업 전략이 현대 야구에서는 종종 등장한다. 과거 김경문, 선동열, 조범현 감독 등이 이런 식의 전략을 내세운 적이 있다.
결국 9번 타자가 활발히 살아날 경우 1번 타자와의 시너지 효과가 상당히 커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화의 동갑내기 듀오 주현상과 강경학의 활약이 더 많이 나타나야 한다. 이들 역시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다. 강경학은 "이용규 선배님의 빈자리를 어쩌다보니 맡게돼 부담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피하고 싶진 않다. 지금으로서는 실력이 턱도 없이 부족하지만, 이용규 선배님이 돌아오기 전까지 팀의 리드오프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싶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이런 다짐은 주현상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풀타임을 처음으로 해보는 터라 체력이 많이 떨어져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이렇게 뛸 수 있다는 기회 자체가 감사하다. 하위타선에서 조금 더 팀에 힘이 돼야 하는데, 뜻대로 잘 이뤄지지 않아 속이 상한다"고 말하고 있다.
힘겨운 시기에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동료와 친구가 있다는 건 매우 행운이다. 이들 역시 서로의 존재가 '격려'가 된다. 매일같이 마주보며 서로의 플레이나 그날의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쉬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들이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언젠가 우리도 김태균, 정근우 선배들처럼 엄청난 실력을 만들어 팀의 간판이 되자. 그때까진 좀 참아보자." 롤모델 격인 김태균과 정근우를 보면서 지금의 힘든 시기를 참아내고, 화려한 미래를 꿈꾼다는 것이다. 지금은 비록 '백업'이지만, 이런 다짐이 오래 이어진다면 곧 입장은 바뀔 수 있다. 강경학과 주현상이 한화의 간판으로 서는 날을 기대해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