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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이 말하는 FIFA회장, 동아시안컵 그리고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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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신중하다.

좀처럼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남의 말을 경청하는데 더 익숙하다. 그래서 그의 생각을 듣기가 쉽지가 않다. 동아시안컵의 막바지인 8일 중국 우한에서 정 회장의 속시원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가 말하는 정몽준 명예회장의 국제축구연맹(FIFA) 도전, 동아시안컵, 그리고 K리그를 정리해봤다.

▶정몽준 명예회장의 성패는 아시아에 달려있다

정 명예회장은 7일 2015년 동아시안컵이 열리는 중국 우한을 방문했다. 중국, 일본, 북한 등 각국 축구협회장과 관계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정 명예회장은 당초 대회 최종전까지 지켜본 후 귀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바쁜 일정과 맞물려 8일 귀국행을 택했다. 정 명예회장은 12일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 결승전에도 참석한 뒤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FIFA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하루에 두개 나라를 돌아다녀도 시간이 모자르시다. 바쁜 일정을 소화한 뒤 국내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정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도전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정 회장은 "한국에서 FIFA회장이 나온다면 축구 뿐만 아니라 한국 전체의 위상이 올라가는 일"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FIFA의 수익 70%가 아시아에서 나온다. 대부분의 스폰서를 아시아 국가의 기업이 맡고 있다. FIFA를 후원하는 유럽의 기업은 단 한 곳뿐"이라며 "유럽축구는 이미 많은 발전이 된 상황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축구가 더 발전해야 한다. 함께 발전하며 균형을 맞춰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정 명예회장이 FIFA회장에 되기 위해서는 아시아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 회장은 "정 명예회장께서 일본이 도우면 (FIFA 회장에) 99% 당선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아시아 축구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서아시아 국가와 다르게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는 한중일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단합이 중요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4월 정 회장의 FIFA 집행위원 선출을 사실상 방해한 세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정 회장은 "아시아를 대표해 나선 후보들이 있다면 이에 대해 의견을 취합해서 단일후보를 내서 힘을 모아야 하는데 알 칼리파 회장은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다. 5월 FIFA 회장 선거에서 후보로 출마한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는 AFC 가맹국인 요르단축구협회장이다. 그때도 알리 왕자 대신 제프 블래터 회장을 지지하더니 지금은 미셸 플라티니 UEFA회장을 지지한다고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시름 놓은 동아시안컵

"한 경기 못이기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했다." 정 회장은 이번 동아시안컵을 두고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여자축구에서 중국과 일본은 여자월드컵에서 각각 8강과 준우승을 차지한 팀이었다. 여기에 북한은 원래 강팀이었다. 남자축구에서도 중국은 이번 대회를 단단히 벼르고 나왔다. 일본도 잘하고, 북한은 오래만에 국제대회를 나와서 하고자 의지가 강해보였다"고 했다. 이어 "여자축구가 3패를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다. 남자도 너무 젊은 선수들로 팀을 꾸려서 경험부족이 염려됐다"고 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정 회장의 걱정이 희망으로 바뀌는데는 한 경기면 충분했다. 정 회장은 "첫 경기에서 여자축구가 중국에 이기면서 마음을 놓았다. 남자도 완벽한 경기력으로 중국을 제압했다"고 웃었다.

정 회장은 남녀 대표팀의 선전 이유를 그만의 방식으로 분석했다. 정 회장은 "여자축구는 확실시 캐나다 여자월드컵 16강 진출이 선수들의 자신감에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정 회장은 여자축구의 상승세를 위해 지속적인 A매치를 약속했다. 남자 대표팀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실험정신을 높이 샀다. 정 회장은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실패하는 것과 기존의 방법으로 진행하다가 실패하는 것 중 후자가 비난을 덜 받는다. 새로운 시도에 따른 비난이 더 많아지는 환경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 점검을 이어가는 것은 높게 평가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축구협회는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과 좀 불편한 모습이더라. 우리는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K리그가 강해져야 한다

정 회장은 대뜸 회사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협회 뿐만 아니라 회사를 운영한다. 나이 많은 부장과 능력있는 과장 중 한국 정서상 능력있는 어린 과장을 키워주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능력 있는 어린 과장을 키워야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 K리그에서의 신예 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K리그는 올해부터 매 경기에 23세 이하 선수를 2명 등록하고 이중 1명을 반드시 출전시켜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장 취임 전 프로축구연맹 총재로 활동하던 정 회장의 작품이다. 그는 "K리그 23세 이하 선수 출전 규정도 그래서 만들게 된 것이다. 규정을 통해 어린 선수들에게 활약할 기회를 부여했다.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재성(전북) 권창훈(수원) 등이 이 규정의 수혜자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국내 감독들은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는데 주저함이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확실히 외국 감독이라 그런지 잘하고 있다"고 했다.

정 회장은 대표팀을 위해서라도 K리그에 더 많은 젊은 선수들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제도가 지속된다면 K리그 활성화와 함께 대표팀이 젊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대회에서 K리그의 젊은 선수들이 선전해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도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우한(중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