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동아시안컵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각은 기대와 우려였다.
'군데렐라' 이정협(상주)의 뒤를 잇는 새 얼굴 발탁에 대한 기대가 첫번째 시선이었다. 이번 명단에는 A매치 경험이 제로인 선수만 해도 무려 7명이나 됐다. 반면 너무 많은 변화로 인한 조직력 부재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여러차례 언급했을 정도로 이번 대표팀은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는 예상을 넘어섰고, 우려는 기우였다. 새 얼굴들은 맹활약을 펼쳤고, 조직력은 오랜 기간 발을 맞춘 것처럼 맞아떨어졌다. 그 중심에는 28년만에 금메달을 수확한 인천아시안게임(AG) 멤버가 있었다. 잠시 1차전 중국전으로 돌아가보자. 전반 44분 '라인브레이커' 김승대(포항)의 선제골 장면을 만든 것은 이재성(전북)과 김승대의 순간적인 호흡이었다. 후반 12분 쐐기골도 이재성에서 출발해 '광양루니' 이종호(전남)의 마무리까지 작품에 가까운 골이었다. 이재성이 중앙으로 이동하면 어느새 오른쪽 윙백으로 포진해 있던 임창우(울산)가 번개같이 오버래핑을 했다. 그 뒷공간은 장현수(광저우 부리)가 든든히 지켰다. 북한과의 최종전에서도 이들의 활약은 계속됐다.
이들은 모두 인천AG에서 함께 뛴 선수들이다. 김승대 이종호 임창우는 중국전이 A매치 데뷔전이었지만 베테랑 같은 모습을 보였다. 편안함과 익숙함이 만든 결과였다. 이종호는 "AG를 같이 했던 선수들과 2선에 서고, (임)창우, (장)현수형도 함께 했다. 나머지 형들도 뒤에서 잘 챙겨줘서 단기간에 생각하지 못했던 조직력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김승대는 "이미 발을 맞춰봐서 부담감이 덜했다. 우리는 추구하는 스타일이 비슷하다. 말안해도 '저 선수가 잡으면 이렇게 해야겠다' 생각한다. 우리끼리 잘 맞는 부분있고, 재밌게 하려고한다. 특히 이재성은 축구하는 플레이 비슷하고 좋아하는 스타일이고, 잘 맞는거 같다"고 했다. 이재성도 "A매치 처음 데뷔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나 역시 데뷔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김승대랑 이종호가 덕분에 골 넣었다고 이야기해주더라. 내가 잘한 것이 아니라 두 선수가 잘한 것"이라고 웃었다. 이들 뿐만 아니라 김신욱 김승규(이상 울산) 이용재(나가사키) 김민혁(사간도스) 등도 인천AG를 함께 뛰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인천AG 출신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그간 AG 대표팀은 위치가 어중간했다. 군면제가 당면과제 였기 때문이다. 런던올림픽을 대비해 21세 이하 대표팀으로 나갔던 2010년 광저우AG 정도가 철저한 계획 하에 준비된 대표팀이었다. 철학도, 계획도 없었던 다른 AG 대표팀은 대회가 없어지고 나면 자연스럽게 잊혀져 갔다. 하지만 인천AG는 오랜기간 공을 들인 이광종 감독의 계획 하에 철저히 준비됐다. 색깔 역시 뚜렷했다.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조직축구였다. 지금 슈틸리케 감독이 추구하는 색깔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후 처음으로 지켜본 국제대회였던만큼 꼼꼼히 이들을 체크했다. 이어 호주아시안컵을 앞두고 했던 제주 전지훈련을 통해 인천AG 멤버들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동아시안컵을 통해 전면에 나선 인천AG 멤버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홍명보의 아이들'로 불렸던 '런던 황금 세대'가 빠진 이번 대회는 '인천 골든 세대'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큰 소득을 얻었다.
우한(중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