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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바로서고, KOVO와 상생해야 대표팀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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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세계예선행 무산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예견된 일이었다. 문용관 남자배구대표팀 감독은 냉정한 현실을 극복하지 못했다. 최고의 전력을 꾸릴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차출된 선수들 대부분도 몸 상태가 만신창이였다. '8강 진출도 기적이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팬들에게는 모든 것이 핑계일 수밖에 없다.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한 대회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왜 한국 남자배구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대표 선수들은 쉴 시간이 없다

우선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부터 짚고 넘어가자. 선수들이 왜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있었을까. 쉴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재활할 시간이 부족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스케줄은 V리그를 기준으로 시작된다. 10월에 시작하는 V리그는 해를 넘겨 4월에 마무리된다. 대표팀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다. 5월부터 시작될 월드리그를 준비해야 한다. 월드리그가 종료도면 또 다시 국내 컵대회를 치러야 한다. 컵대회 종료 이후 또 국제대회가 있으면 참가해야 한다. 그리고 소속 팀에 복귀, 또 다시 새 시즌을 맞아야 한다. 차세대 세터 이민규(OK저축은행)는 "벌써 두 달간 집에 가지도 못했다"며 울상이었다.

▶협회 바로서고, KOVO와 상생 필수

대한배구협회는 그간 수뇌부의 행정력 상실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 바뀐 수뇌부조차도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이사들이 대부분이다. 올림픽 세계예선행이 걸린 아시아선수권처럼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회는 4년 전부터 철저한 준비가 이뤄져야 했다. 일본처럼 세계예선을 유치하든, 대표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철저하게 관리했어야 했다.

또 성인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간 연계를 통해 선수 활용의 폭을 넓히고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야 했다. 이에 대해 목소리를 냈던 배구인도 있었다. 그러나 배구 외교력과 경제적 능력마저 상실한 상황에서 한국 배구의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없었다. 최상의 전력이었다면 충분히 리우올림픽행에 한 발 더 다가섰을 것이다.

한국배구연맹(KOVO)도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 가령, 감독과 선수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컵대회에 대한 형태를 바꿀 필요가 있다. 아시아 배구 공부를 위해 이란을 찾았던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도 "다른 종목처럼 시즌 전에 컵 대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리그 시작 전 시범경기식으로 대회 형태를 변경하던가 리그 경기수를 줄이고 컵 대회를 시즌 중간에 치르는 방안을 KOVO에서도 적극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특히 연맹은 협회와의 굳게 닫혀있는 소통창구를 열어야 한다. 다만, 협회가 국내 배구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KOVO에 상생을 요구하기 전에 해야할 것이 있다. 스스로 바로서는 것이다. 골칫덩이인 배구협회 건물을 팔고 빨리 부채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한국 배구는 100주년을 맞는 2016년을 기점으로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