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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의 '수원병'은 옛말, '원팀'된 원동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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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은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한 팀이었다. 팀 절반 이상이 국가대표 선수로 구성되던 시즌도 있었다. 축구계 최고 대우 등 선수들이 뛰고싶은 '워너비 구단'이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화려한 이면에 내실이 부족했다. 국내에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스타급 선수들은 동기부여가 떨어졌다. 선수단 융화가 이뤄지지 못한 부분은 그라운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조직력이 '섬'일 때가 많았다. 개인 능력으로 풀어가는 축구에는 한계가 있었다. 2008년 이후 수원이 K리그 우승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평가되기도 했다. 이른바 '수원병'이었다.

하지만 3년 전부터 수원에 '수원병'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팀워크를 다지겠다." 수원 수석코치를 하면서 느꼈던 선수단 내 팽배한 이기주의를 걷어내겠다는 것이 서정원 감독의 취임일성이었다.

서 감독의 뚝심은 '수원병'을 고칠 수 있던 묘약이었다. 팀을 180도 바꿔놓았다. 수원은 3년 만에 '원팀'이 됐다. 22일 울산과의 K리그 클래식 27라운드 홈 경기는 수원이 '원팀'이 됐다는 증거를 잘 보여준 한 판이었다. 이날 서 감독은 '없는 살림'에도 공격수의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했다. 부상자 속출로 필드 가용 자원이 19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염기훈 서정진 산토스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이상호 고차원 일리안이 선발 출전했다. 이 중 일리안도 몸 상태가 60~70%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급박한 팀 사정을 이해한 일리안은 서 감독의 출격 명령에 따랐다.

울산전을 대비한 훈련에서도 서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부상 선수들이 앞장서서 훈련을 도왔다. 일부 선수들은 진통 주사를 맞고서라도 경기를 뛰겠다는 집념을 보였다. 서 감독은 부상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팀 전력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줬다는 것에 '울산전에서 패하지 않겠구나'라는 확신을 얻었다. 서 감독의 느낌이 적중했다. 수원은 권창훈의 멀티골과 베테랑 이상호의 결승골에 힘입어 울산을 3대1로 꺾었다. 특히 이날 서 감독은 후반 28분 부상 중인 양상민을 투입, 김신욱과 코바 등 장신 공격수들이 장악하던 공중볼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서 감독은 "경기 전부터 선수들이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서 '지지 않겠구나'란 느낌이 들었다. 정말 고마울 정도로 다친 선수들이 훈련에 모두 참여해 진통제를 먹고 뛰는 한이 있더라도 해보겠다는 자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이 하고자하는 의욕이 보이니 내심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선수들에게 고맙다. 전략대로 잘 따라줬다. 염기훈 서정진의 후반 교체카드 활용도 맞아 떨어졌다. 양상민도 부상 부위가 퉁퉁 부어있는데 30분이라도 뛰겠다는 의욕을 보여 투입했다. 김신욱의 높이를 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수원이 '원팀'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경쟁'이었다. 수원은 그 동안 스타들의 그늘에 가려 젊은 선수들과 백업 멤버들이 전혀 빛을 보지 못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서 감독은 과감하게 경쟁을 유도했다. "특정 선수 위주의 팀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던 만큼 준비된 선수들에게는 과감하게 기회를 부여해 전력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가령, 연제민 구자룡 민상기 권창훈 방찬준 등 수원 유스 출신들을 적극적으로 기용, 주전급으로 성장시켜 선수 기량차를 줄였다.

한 때 높은 기대감을 가진 팬들의 비난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서 감독은 수원만의 색깔 만들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실을 올해 맺고 있다. 이제 팬들도 '세오(Seo)'라는 애칭으로 서 감독을 응원하고 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