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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 최강 전북을 무너뜨린 원동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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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K리그 클래식에서 크게 주목받은 팀은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다.

인천은 22일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7라운드 전북전에서 1대0 신승을 거뒀다. 올 시즌 최다 관중 열기를 자랑한 전주 '적지'에서 최강 전북을 상대로 거둔 승리다.

2013년 4월 20일 3대1 승리 이후 2년 5개월 만에 맛본 쾌감이다. 1위 전북이 올 시즌 27경기에서 기록한 5패 가운데 이전 4패는 서울, 포항, 성남, 전남에게 당했다.

이들 4개 팀의 시즌 성적이나 전력을 보면 전북 패배가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천전 패배는 좀 다르다. 인천은 구단 재정규모, 선수 구성 등 모든 면에서 전북에 크게 열세인 팀이다.

인천이 전북에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예측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인천은 2위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갈 길 바쁜 전북의 뒷덜미를 잡는데 성공, 올 시즌 처음으로 상위 스플릿에 진입하는 보너스까지 챙겼다. 인천에는 그럴 만한 원동력이 있었다.

▶투지와 체력으로 재무장했다

22일 인천-전북전에서 눈에 띄게 달랐던 점은 체력이었다. 후반 20분 인천 김인성이 골을 터뜨린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이후 전북은 일방적인 공세를 펼쳤다. 특유의 닥공(닥치고 공격)축구가 인천을 쉴 새 없이 괴롭혔다.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하는데 체력소모가 더 많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천 선수들은 지칠 줄 몰랐다.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악착같이 전북의 공격을 막았다. 19일 제주전(인천 1대0 승)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인천은 후반 초반까지 뒷문 단속에 집중하며 제주의 힘이 빠질 때를 기다린 뒤 케빈-진성욱 교체 멤버 투입으로 재미를 봤다. 전북과 제주의 공통점은 올 시즌 득점력이 최상위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런 팀을 상대하는 인천으로서는 어떻게든 체력으로 버티다가 승부를 보는 게 상책이다. 인천의 전북전 성공은 이미 예견됐다. 지난 3월22일 시즌 첫 맞대결에서 인천은 퇴장으로 인한 수적 열세에도 불같은 투지를 앞세워 0대0 무승부를 이끌었다. 2연승 중이던 전북에겐 시즌 첫 무승이었다. 인천은 경기당 총주파거리가 11∼12㎞인 선수가 3∼4명씩 나올 정도로 많이 뛰기로 소문난 팀이다. 동계훈련의 효과가 컸다. 상반기가 끝나면서 동계 체력훈련 효과가 떨어질 시기가 되자 방식을 살짝 바꿨다. 재정 형편 때문에 보약까지 동원할 수 없는 대신 몸으로 때웠다. 새벽훈련을 추가시켰다. 자기주도훈련이었지만 '많이 못 뛰면 살아날 수 없다'는 원칙에 세뇌된 인천 선수들은 눈치볼 겨를이 없었다. 공격이 강한 제주, 전북전을 앞두고 새벽훈련은 더 강해졌다. 그 효과는 이번 전북전에서 제대로 발현됐다.

▶벤치의 절묘한 '들었다 놨다'

이번 전북전 결승골의 주인공 김인성은 절치부심했다. 김도훈 인천 감독은 진작부터 김인성을 후반에 조커로 기용하려고 했다. 선발 출전한 윤상호가 전반 14분 너무 일찍 부상한 바람에 출전이 앞당겨졌을 뿐이다. 김 감독은 김인성의 '독기'를 기대했다. 김인성은 지난 12일 포항전(0대2 패)에서 살짝 실책성 플레이를 했다. 포항의 프리킥 상황에서 수비벽에 가담했다가 어중간하게 점프를 하는 바람에 머리를 스치고 선제골을 내줬다. 이후 김 감독은 2경기 연속 김인성을 엔트리에서 뺐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웬만한 실수를 감싸주던 김 감독이 하반기 들어 충격요법을 가미했다. 전반기까지 선전했다고 자칫 방심할지 모를 분위기를 잡기 위해서다. 전북전 승리의 진짜 일등공신인 골키퍼 유 현도 비슷한 케이스다. 유 현은 이번 전북전에서 신들린 슈퍼 세이브로 전북을 맥빠지게 만들었다. 유 현의 선방이 없었다면 인천의 승리도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 현은 2경기 연속 후배 조수혁에게 선발을 내줬다가 출전했다. 문책성 결장은 아니었다. 김 감독은 "딱히 뭘 잘 못해서 주전에서 빼는 게 아니다. 그날 컨디션이 좋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은 하반기 들어 전반기의 베스트11에 비해 적잖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적절한 긴장감이 선수와 팀을 모두 업그레이드시키는 '윈-윈 효과'를 낳고 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