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상황이다. 두산은 불안한 3위다.
61승49패. 4위 넥센과의 승차는 3게임이다. 2위 NC와의 격차는 4.5게임. 아직까지 2위 싸움을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주전 선수들의 잔부상이 발목을 잡는다.
올 시즌 내내 제대로 된 총력전을 펼친 적이 없을 정도다. 잭 루츠와 유네스키 마야의 퇴출과 앤서니 스와잭, 데이빈슨 로메로의 부진과 한국야구에 대한 적응. 니퍼트가 두 차레 부상과 합류, 그리고 이탈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핵심 주전선수들의 잔부상이 있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2위 싸움은 쉽지 않다. 오히려 냉정하게 보면 4위로 떨어질 확률이 더 많다.
여러가지 세부적인 약점들이 있지만,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역시 올 시즌 내내 지적된 뒷문이다.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 일단 중간계투진의 평균 자책점이 매우 높다. 리그 8위(5.64)다. 게다가 1이닝을 확실히 끊어줄 카드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물론 이현승 오현택 함덕주 이현호 등은 고군분투한다. 신예들의 성장도 눈에 띈다. 그러나, 순위경쟁이 치열한 시즌 막판과 포스트 시즌에서 경쟁력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결국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다고 해도 현 상태의 필승계투조를 가지고는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떨어진다. 두산의 냉정한 현실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그는 "필승계투조의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로 돌릴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올 시즌 니퍼트의 부진이 겹친다. 어깨충돌증후군으로 2달 가까이 전열에서 이탈한 니퍼트는 복귀 이후 또 다시 우측 허벅지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 있다.
김 감독은 "선발로 다시 준비하기에는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단 중간계투진으로 돌릴 것이다. 현 시점에서 니퍼트와 함께 상의한 최선의 복귀 시나리오"라고 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갈래길이 포함돼 있다. 중간계투진으로 컨디션과 구위를 끌어올린 뒤 포스트 시즌에서 선발로 전환하는 방법과 함께 니퍼트를 포스트 시즌에서 확실한 마무리로 돌리는 것이다.
니퍼트를 마무리로 돌리는 것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두산의 팀 상황에는 적합한 부분이기도 하다.
일단 두산은 선발 자원이 많다. 유희관과 장원준을 비롯해 스와잭과 허준혁이 있다. 스와잭은 최근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고, 허준혁 역시 점점 좋아지고 있다. 올 시즌 9경기에 나서 평균 자책점이 1.80이다.
때문에 니퍼트가 선발 로테이션에 이탈했지만, 그렇게 큰 공백은 보이지 않는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4명의 선발이면 충분하다.
니퍼트가 마무리로 전환되면, 두산은 확실히 계산된 야구를 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시즌 전 "마무리가 안정되면 필승계투진은 자연스럽게 안정될 수 있다"고 했다. 확실한 마무리가 뒤에서 버티고 있으면, 필승계투조는 심리적 안정감이 배가된다. 결국 여러가지 시너지 효과가 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때문에 구위를 회복한 니퍼트가 뒷문을 확실히 잠근다면, 두산 필승계투조는 극적인 변화를 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니퍼트의 마무리 변신에는 두 가지 제약이 있다.
일단 과거 중간계투로 나섰을 때 성적이다. 포스트 시즌에서 니퍼트는 특히 좋지 않았다. 2012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3-0으로 앞선 8회말에 등판, ⅓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난조를 보였다. 결국 3대4로 패한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2013년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2-1로 앞선 8회 등판, 2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퍼펙트 투구를 했다. 그러나 5차전에서 9회 박병호에게 동점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여기에서 문제는 준비 상태다. 2012년과 2013년 5차전 등판은 무리한 등판이었다. 때문에 구위와 제구력 자체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3년간 교체출전한 51경기 성적을 보면, 피안타율은 2할2푼7리다. 선발로 나섰을 때 2할7푼보다 훨씬 낮다. 즉, 교체로 나섰을 때 역시 경기력 자체는 선발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로메로의 활용이다. 니퍼트가 마무리로 대기하면, 스와잭이 선발로 나섰을 때 로메로를 쓸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로메로는 많이 부진하다.
그가 없을 때 두산의 수비 포메이션은 별다른 공백이 없다. 3루수 허경민이 있고, 1루에는 오재일 고영민 김현수 등이 번갈아 들어갈 수 있다. 수비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좀 더 낫다. 물론 1점 승부가 즐비한 포스트 시즌에서 로메로의 장타력이 보태진다면 더욱 좋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로메로의 경기력은 측졍하기 쉽지 않다. 계속 부진할 수도 있고, 좀 더 나은 컨디션을 보일 수도 있다.
니퍼트의 마무리 전환에는 여러가지 복잡다단한 변수들이 많다. 위에서 언급한 부분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선발진 자체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조건이 깔린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극적 변화이기도 하다. 과연 두산의 코칭스태프는 어떤 선택을 할까.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