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희한한 친구야."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집중조련시키고 있는 전준범에 대한 말이다.
모비스에서 전준범은 약간 특이한 선수다. 유재학 감독의 강력한 카리스마가 스며든 모비스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은 '모범생' 스타일이다.
최대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크게 튀거나 모나지 않는다.
하지만 전준범은 좀 다르다. 연세대 시절 전준범은 자질은 뛰어나지만 근성이나 성실함은 약간 부족한 스타일의 선수였다. 자신도 그런 평가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가 주목받았던 사건이 있었다. 농구 팬 입장에서는 잊을 수 없는 역대급 해프닝이었다.
지난해 12월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와의 경기. 전반 15점 이상 뒤지던 경기를 모비스는 끝내 뒤집었다. 경기 막판 3점차로 앞서 있던 상황. 애런 헤인즈가 버저와 동시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골밑 슛을 시도했다. 그냥 놔두면 모비스의 승리가 결정되는 상황. 하지만 옆에 있던 전준범은 '본능적'으로 팔을 쳤고, 결국 바스켓 카운트가 됐다. 주전 의존도가 높던 모비스 입장에서 연장전에 들어간다면 패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 게다가 당시 모비스는 하강세였다.
때문에 이날의 1패는 정규리그 판도 자체를 바꿀 가능성도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헤인즈가 보너스 자유투를 놓치면서 결국 모비스의 1점 차 승리.
경기가 끝난 뒤 전준범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벤치를 향해 하트를 날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유 감독의 강한 질책이었다. 당시 유 감독은 "초등학생도 안하는 플레이"라고 했고, 양동근 역시 한숨을 쉬기도 했다.
하지만 전준범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지난간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심정. 오히려 상처를 받고 플레이에 주눅드는 것보다는 나아 보였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래도 남자가 태어났으면 이름을 날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이런 전준범의 멘탈을 두고, 유 감독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반응도 많았다.
모비스는 문태영의 빈 자리를 메우기 힘들다. 그 적격인 카드가 전준범이다. 1m94의 장신 슈터인 그는 공격적인 면에서 타고난 부분이 있다. 외곽포가 정확하고, 골밑돌파와 패스감각도 있다.
유 감독은 지난 시즌 도중 "전준범에게 도전하겠다"고 했다. 근성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전준범을 집중 조련, 팀의 핵심으로 만들겠다는 의미. 전준범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쿨'하게 "도전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 시즌은 지나가고 있다. 개막전이 코 앞이다. 유 감독은 여전히 냉정한 평가를 했다.
그는 26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가진 연습경기 전 "참 희한한 친구"라고 했다.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럴 만했다.
유 감독은 "일단 못하는 것은 없다. 감각도 좋다. 게다가 그렇게 게으르지도 않다. 훈련을 정말 엄청나게 시키는데 묵묵히 다 따라한다. 그만큼 인성이 괜찮은 선수"라고 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파워가 약하다. 겁도 많다. 기본적으로 몸을 사리는 경향이 많다. 때문에 가진 기량에 비해 코트에서 나오는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1달 전부터 유 감독은 전준범에게 특별 지시를 내렸다. 하루에 푸시-업 300개를 하라고 했다. 유 감독은 "1년 정도 하면 어깨근력과 함께 부족한 파워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해서 내린 특별 주문"이라고 했다. 야간 훈련에서는 최명도 코치와 함께 버핏 테스트(Burpees test·푸시 업 이후 점프를 하는 연속 동작의 훈련법)도 병행한다.
농구인생에서 전준범은 자신의 껍질을 깨부수는 중이다. 확실히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완성형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유 감독은 "될 때까지 계속 시켜야지"라고 했다. '무한 도전' 중이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