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왕국' 첼시의 임대 선수가 올여름 마침내 EPL 스쿼드 25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그 유용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은 27일(한국 시각) "후안 콰드라도(유벤투스)와 마르코 마린(트라브존스포르)의 임대가 이뤄지면서, 첼시의 임대 선수는 10개국 26명에 달한다"라고 보도했다.
임대 선수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유망주를 키울 수 없는 강팀들이 미리 영입해놓았던 유망주를 즉시 전력이 부족한 중하위권 팀에서 성장시킨 뒤 복귀시키는 정책이다. 첼시 외에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유럽 축구의 강팀들은 여러 임대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첼시의 문제는 영입한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조차 하지 않은 채 임대만 돌린다는 점이다. 26명의 선수 중 첼시에서 그나마 많은 경기를 뛰어본 선수는 15경기(선발 7)의 모하메드 살라(AS로마), 14경기(선발 4)의 콰드라도 정도다. 첼시 유니폼을 입단식 때 빼곤 입어보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첼시 팬들조차 생경한 이름들이 태반이다.
반면 최근 몇년간 첼시에 성공적으로 복귀한 임대 선수는 티보 쿠르투아 뿐이다. 살라와 케빈 데 브루잉(볼프스부르크), 로멜로 루카쿠(에버턴), 토르강 아자르(묀헨글라트바흐) 등은 첼시를 떠난 뒤 빛을 발했다. 장기간 임대 끝에 팀을 떠나는 경우가 많고,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MVP에 빛나는 데 브루잉은 내보냈던 네마냐 마티치의 재영입을 위해 급하게 이적시켰던 선수다.
최근 첼시의 감독을 맡아온 주제 무리뉴, 카를로 안첼로티, 로베르토 디 마테오,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은 모두 자체 유망주의 성장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영국 언론 스쿼카는 "무리뉴 감독은 자신의 말과 달리 눈앞의 성적에 연연해 유망주를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시즌 첼시처럼 신뢰받는 소수의 선수들이 모든 대회에 출전하는 '작은 로스터'로는 유망주를 키울 수 없다는 것.
과거 첼시의 자매 구단 비테세 아른험 감독을 지냈던 로날드 쿠만(사우샘프턴) 감독도 "첼시의 임대 정책은 이해할 수 없다. 매 시즌 다른 환경에서 뛰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정작 첼시로 돌아가지도 못한 이들은 점점 소속 구단과의 연결점을 잃게 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빈 자리를 임대 복귀가 아닌 영입으로 채운다는 설명이다.
올여름 첼시는 페드로 로드리게스를 영입했다. 수준급 선수를 적절한 가격으로 영입했지만, 기존 선수들조차 활용도가 애매해졌다. 프리시즌 부활을 노래했던 빅터 모제스나 유망주로 꼽히던 루벤 로프터스 치크의 자리는 아예 사라졌다. 라다멜 팔카오를 영입하고, 패트릭 뱀포드와 도미니크 솔란케를 임대보낸 선택에 대해서는 첼시팬들조차 의문을 표한다.
유럽 최고의 강팀이면서도 첼시와 다른 선택을 하는 팀으로는 레알 마드리드를 꼽을 수 있다. 올여름 레알 마드리드는 타 팀에서 임대 선수로 좋은 활약을 보인 데니스 체리셰프와 카세미루, 루카스 바스케스를 복귀시켰다. 반면 마르코 아센시오는 이미 임대를 떠났고, 루카스 실바 역시 임대가 유력하다.
무리뉴 감독은 "실력이 안되는 선수는 쓰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유럽 축구계의 손꼽히는 '임대 왕국' 첼시, 하지만 그 명칭은 많은 유망주를 보유했다는 부러움에서 점점 실망과 아쉬움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첼시 임대선수 현황
이탈리아: 후안 콰드라도(유벤투스), 모하메드 살라(AS로마), 스티페 페리카(우디네세), 왈라스(카르피)
잉글랜드: 마르코 반 힌켈(스토크시티), 패트릭 뱀포드(크리스탈팰리스), 크리스티안 아추(본머스), 토마스 칼라스(미들스보로), 조단 허프턴(길링엄), 알렉스 다비(피터스보로), 나단 에이크(왓포드)
네덜란드: 도미닉 솔란케, 루이스 베이커, 나단, 다닐루 판틱, 아이지아 브라운(비테세 아른험), 토드 케인(네이메헨)
프랑스: 마리오 파사리치(AS모나코)
포르투갈: 율리세스 다비야(비토리아)
터키:마르코 마린(트라브존스포르), 케네스 오메루오(카심파사)
그외: 크리스티안 쿠에바스, 빅토리엔 안그반, 주아오 로드리게스(트뤼덴세), 마테흐 델라치(FK사라예보)
FK사라예보:마테흐 델라치
스포츠조선닷컴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